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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장

걸어오는 허명진과 허진주 남매를 윤경민은 흘겨보았고 주정연은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고남연의 앞을 가로막았다. "공교롭게 여기서 만나다니 명진형도 회의하러 왔어요?” 윤경민은 건방지게 물었다. 허명진은 점잖게 웃으며 말했다. "응, 경민이 너도 꽤 한가하나 보네.” 허명진은 고남연과 주정연을 한 번 더 쳐다보며 말했다. "매일 이렇게 놀기만 한다가 아무것도 안 남으면 어쩌려고 그래.” 허명진은 윤경민이 윤정 그룹에서 실권이 없다는 걸 돌려 말했다. 윤경민이 말했다. "걱정 마요, 내가 아무리 망해도 우리 누님 날 도와주거든요. 형처럼 자기 아버지와 남동생까지 모함할 필요 없이.” 윤경민이 말을 마치자, 허명진의 온화한 얼굴은 순간 일그러졌으나 곧 평온함을 되찾았다. 허명진은 윤경민의 옷을 정리한 뒤 웃으며 말했다. "경민아, 난 네가 항상 이렇게 무사했으면 좋겠어.” “걱정 마세요, 형.” 자신이 오빠를 에둘러 욕하는 윤경민을 본 허진주는 화를 내며 말했다. "윤경민, 너는 윤북진과 같은 배에서 나온 것도 아니면서, 넌 이후에 비참하게 죽을 거야.” 윤경민이 말했다. "내가 어떻게 죽든 너랑 상관없으니까 신경 꺼줄래?” 윤경민이 막무가내인 걸 아는 허명진은 그에게 몇 마디 말을 건네고는 고남연을 보며 말했다. "남연씨도 참 독하네요.” 허명진이 대놓고 말하지 않았지만 고남연은 그가 곽이선의 일을 가리킨다는 걸 알았다. 허명진은 곽이선 사건이 고남연의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고남연은 부정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이런 일은 우리가 도토리 키재기죠.” 허명진은 자신이 곽현주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잊은 것처럼 고남연을 말했다. 곽현주의 일을 모두 조사해 낸 고남연에 허명진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도 그럴 것이 고남연은 변호사이다. 허명진은 고남연을 빤히 쳐다보자 고남연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심하게 대한걸 보면 곽현주가 복수하는 게 두렵지 않은가 봐요?” 허명진은 자신의 안경을 집어 올리면서 말했다. "당신도 안 무서워하는데 내가 왜 무서워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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