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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장

그와 동시에, 집. 막 야근을 하고 돌아온 고남연에게 강정숙이 황급히 다가오더니 보고했다. “사모님, 대표님께서 방금 전화오셨는데 오늘 돌아오신대요.” 강정숙은 윤북진이 직접 고남연에게 전화하기 민망하니까 집에 전화를 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가방을 강정숙에게 건넨 고남연이 웃으며 말했다. “네, 그럼 가서 씻고 올게요.” 그러나 그녀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깨끗하게 씻고 새로 산 잠옷까지 입고 기다렸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윤북진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제 곧 있으면 11시가 다 되는데도 윤북진이 돌아오지 않자 고남연은 일을 할 기분도 아니라 들고 있던 사건 자료를 테이블에 내던지고는 휴대폰을 들어 하정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정준 씨, 윤북진 어떻게 된 거예요? 오늘 온다면서요?” 고남연도 어쩔 도리가 없었기에 하정준에게 전화를 건 것이었다. ‘그때 그 일’ 이후로 윤북진은 더 이상 그녀의 전화를 받지 않았고,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나 하정준이 중간에서 전달을 했다. 부부 사이가 이런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에 고남연은 자조적인 웃음을 흘렷다. 전화 너머의 하정준이 말했다. “사모님, 보스께서 지금 처리할 일이 있어서요.” 잠시 멈칫한 하정운이 다시 말했다. “아마 오늘 밤에는 못 가실 것 같습니다. 기다리지 마시고 주무시죠>” 하정준이 윤북진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하자 고남연은 툭하고 통화를 끊었다. 오지 않을 수야 있다만 그럴 거면 집에 연락을 하지 말았어야지! 희망을 줘놓고 다시 찬물을 끼얹고, 이럴 수는 없었다. 탁! 짜증스레 휴대폰을 테이블에 내던진 고남연은 손을 들어 자신의 검고 긴 웨이브 머리를 쓸어 넘겼다. 속에서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열불이 들끓었다. 샤워도 하고 옷도 갈아입었는데 상대는 끝내 오지도 않았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로 아이를 가지지 못할지도 몰랐다. 게다가 하루하루가 얼마나 빠른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직 1년이나 남은 것 같았는데 지금은 고작 10개월 남짓 남아있었다. 마음이 너무 불안해진 고남연은 휴대폰을 들어 윤경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경민아, 돌아왔니? 지금 네 형이 오늘 밤에 뭐 하느라 바쁜지 알아봐 줄래?” 전화 너머에서 대답이 돌아왔다. “알겠어. 3분만 기다려.” 윤경민은 윤북진의 사촌이자 고남연과 주정연의 친구였다. 고남연과 윤북진 두 사람 사이에서 윤경민은 무조건적으로 고남연의 편에 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윤경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윤경민의 보고를 들은 고남연의 표정이 점차 어두워지더니 이내 자조적인 웃음을 흘렸다. 그녀는 자신이 정말로 윤북진을 붙잡을 수 있을 줄 알았다! 병실 안. 양손을 주머니에 꽂은 윤북진은 아직 깨어나지 못한 윤북진을 쳐다보다 주머니에서 손을 빼 시계를 확인했다. 거의 12시에 가까워진 시간을 확인하자 안색이 안 좋아졌다. 옆에 있던 하정준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보스, 사모님께서 방금 전화오셨습니다.” “응.” “아니면 먼저 들어가 보세요. 여 비서는 제가 보고 있을게요.” 왼손을 다시 주머니에 꽂아 넣은 윤북진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갑자기 여지수가 미간을 찌푸리며 깨어났다. 몇 번의 버둥거림과 적응 끝에 그녀는 천천히 두 눈을 떴다. 윤북진을 본 순간 하얗게 질린 얼굴의 그녀는 눈시울을 붉혔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윤북진을 보던 여지수는 울먹이며 그르 불렀다. “북진아.” 여지수가 깼지만 윤북진의 안색은 그 어느 때보다도 어두웠다. 그 모습에 하정준은 조금 엄한 말투로 말했다. “여 비서님, 너무 무모한 짓이었어요. 조금이라도 늦었다간 구할 수 없었을지도 몰라요.” 하정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여지수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그녀는 양손으로 침대를 짚어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윤북진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북진아, 미안해. 일부러 너 귀찮게 하려고 그런 거 아니야. 그냥 우리 집이 앞으로 어떻게 지내야할지 막막해서 순간 그런 결정을 한 거야.” 그녀는 눈물을 닦으며 약속했다. “앞으로는 이러지 않을게. 다시는 바보 같은 짓 안 할게.” 반병 가까이 되는 안정제를 단번에 삼킨 그녀는 만약 하정준의 보낸 알바생이 발견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진짜로 목숨을 잃었을지도 몰랐다. 시선을 내리깐 윤북진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여지수를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앞으로의 생활이 그렇게 힘들지는 않을 거야.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여지수의 아버지는 몇 년 전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정신 상태가 좋지 못한 데다 그녀에게는 이제 9살 동생까지 있었다. 만약 살아가는 데 부담이 없다면 말이 안 됐지만 그래도 윤정 그룹에서 일하면서 버는 월급이 적은 수준이 아닌 데다 윤북진과의 관계도 있으니 윤북진이 모른 척할 리가 없었다. 정 안돼도 하정준이 그녀의 생활을 도와줄 수 있었다. 윤북진이 약속을 하자 여지수는 손을 들어 그의 팔을 잡은 채 그를 올려다봤다. “북진아, 날 혼자 내버려두지 않을 거지? 날 도와줄 거지?” 여지수는 마치 지푸라기라도 잡는 듯 자신을 잡는 모습에 바지 주머니에 들어있던 윤북진의 손이 움찔거렸다. 끝내 그 손을 꺼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여지수의 손을 뿌리치지도 않았다. 그는 고개를 숙여 그녀를 쳐다봤다. “무슨 일 있으면 바로 하정준한테 말해.” 옆에 있던 하정준이 곧바로 덧붙였다. “여 비서님, 보스는 의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이니 절대로 여 비서님을 혼자 두지 않을 겁니다. 앞으로 무슨 문제 생기면 바로 저한테 말씀하세요.” 그녀는 보스의 목숨을 구해줬던 사람이니 살아가는 데 문제가 있다면 보스는 도와줄 게 분명햇다. 그녀가 비서실에 남아있을 수 있는 것도 다 그것 때문이었다. 두 사람의 약속에 여지수는 천천히 윤북진의 팔을 놓아주며 말했다. “북진아, 고마워.” 그러더니 하정준을 보며 말했다. “하 비서님, 괜한 심려 끼쳐 드렸네요.” 여지수가 깨어났으니 윤북진은 병실에서 잠시 있다가 돌아갔다. 그때는 이미 새벽 1시가 된 시간이었다. 원래는 로얄 빌리지로 돌아가려 했지만, 지난번 본가에서 그녀의 화를 돋우었다가 밤새 등을 지고 잔 탓에 이번에도 돌아가봤자 같은 상황일 것 같아 윤북진은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접은 채 다른 집으로 가자고 했다. 의사는 여지수에게 병원에서 며칠 입원해야 한다고 했고 윤북진도 가끔 병문안을 가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가 지금 이렇게 된 건 어느 정도 그의 탓도 있었다. 그 며칠간의 윤북진의 행적에 대해 고남연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이미 익숙해져 속으로 자조나 할 뿐 그녀는 더 이상 윤북진의 약속을 진지하게 듣지 않았고 그가 돌아오길 기다리지 않았다. 마음이 식으니 그저 그런 일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진해영 쪽에서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윤북진이 요 며칠 계속해서 여지수의 병문안을 가며 집에 들어가지 않은 지 한참이나 됐다는 걸 안 그녀는 아예 집에서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 불여시, 북진이와 남연이의 관계가 좋아진 것 같으니까 꾀병을 부리는 게 분명해.” 고용인이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 “그러니까요.” 진해영은 곧바로 화를 냈다. “안 되겠어. 남연이야 가만히 있는다만 난 절대로 두고 볼 수 없어.” 말을 마친 그녀는 운전기사에게 로얄 빌리지로 가자고 지시했다. 그리하여 퇴근한 고남연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거실에서 씩씩대는 진해영을 보게 된 것이다. 깜짝 놀란 고남연은 가방을 고용인에게 넘겨준 뒤 진해영에게 물었다. “어머니, 여긴 무슨 일이에요?” 고남연의 목소리가 들리자 진해영은 얼른 소파에서 일어났다. “내가 안 왔으면 북진이는 네 남편도 아니게 됐을 거야.” 고남연은 미소를 흘렸다. “어머니, 그 정도 나이에요.” 아무리 고남연의 태도가 침착해도 진해영은 되레 침착해지기는커녕 그녀를 붙잡고 여지수에 대해 한바탕 욕설을 퍼붓더니 그녀에게 수표 한 장을 건넸다. 진해영이 건넨 수표를 본 고남연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의아한 투로 물었다. “어머님, 이게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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