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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장

“우린 이성적으로 어떻게 해야 경제적으로 가장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을지 생각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동안 많이 고생하셨잖아요.” 고남연의 말에 윤북진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봤다. 그는 왠지 모르게 저 말이 자기가 들으라고 하는 말처럼 들렸다. 지금 고남연은 빙빙 돌려서 자신의 기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자신에게 두 사람의 결혼생활에서 그녀는 노력을 했고 희생을 했으니 나중에 그래도 이혼을 하려 한다면 더는 봐주지 않고 매정하게 굴어도 어쩔 수 없다는 말이었다. “고 변호사님, 저도 다 알죠. 근데 내키지 않는걸요! 그 사람은 툭툭 털고 이혼하고 뒤돌면 바로 어린 여자랑 결혼할 텐데, 그럼 저는요? 제가 이 가정을 위해 그 사람을 위해 수십 년간 낭비한 제 청춘은 어떡해요?” “그렇다고 저도 어디 가서 어린 남자를 만날 수는 없잖아요.” 그에 고남연이 대꾸했다. “당연히 되죠! 그런 말도 있잖아요, 여대생은 금덩이를 가질 수 있지만 30대의 여자는 강산도 준다잖아요. 복자 씨도 당연히 젊은 남자 만날 수 있죠!” 전화 너머의 여자는 그 말에 푸흡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고 변호사님은 말을 참 잘해서 대화하는 게 너무 재밌고 좋아요.” 고남연이 웃으며 대꾸했다. “저도 복자 씨한테서 경험을 쌓고 있는걸요.” 침대에 있던 윤북진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 이혼 소송을 받는 게 정말로 연습이었을 줄이야. 지금 이렇게 열심히 돈을 버는 건 다 나중에 만날 어린 남자를 위해 세력을 키우는 것인 듯싶었다. “고 변호사님은 아직 젊어서 모르겠지만. 나랑 우리 그이, 스무 살 때부터 알고 지냈어요. 그때 그 사람….” 상대는 말을 털어놓으려고 하기 시작했고 고남연은 진지하게 들어주기 시작했다. 그러다 목이 조금 불편한 기분에 그녀는 휴대폰을 든 채 침대에 엎드렸다. 엎드린 그녀는 휴대폰을 스피커를 움켜쥔 채 윤북진을 향해 작게 말했다. “의뢰인이야, 지금 이혼 때문에 싸우는 중이라! 위로 좀 해줄게.” 윤북진은 담담하게 그녀를 쳐다보다니 계속해서 휴대폰을 쳐다봤다. 그 결과 의뢰인은 30년 전에 남편과 어떻게 만났는지 어떻게 고생을 했는지 산후조리는 몇 번을 했는지 아이는 몇을 낳았는지 죄 늘어놓기 시작했다. 8시부터 시작된 대화는 새벽이 되도록 이어졌고 대화를 하다 하다 고남연은 저도 모르게 침대에서 잠들었는데도 상대는 여전히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내 잠들지 못한 윤북진은 거의 귀에서 피가 나올 것 같았다. 지금에서야 그는 고남연이 울지 않고 말이 적은 것이 얼마나 큰 장점인지를 깨달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얼마 못 가 미쳐버렸을지도 몰랐다. 협탁 위의 클래식 시계의 시침과 분침이 마침 12를 가리키고 있을 때에야 중년의 여성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고 변호사, 밤새 내 얘기 듣느라 고생햇어요.” “시간도 늦었고 내일 출근도 해야 할 텐데 얼른 쉬어요.” 고남연의 휴대폰을 든 윤북진이 그녀를 대신해 대답했다. “네.” 전화 너머의 여자는 자신의 감정 표출에 집중하느라 자신과 대화를 하고 있는 사람이 남자라는 것은 전혀 모른 채 몇 마디 더 나누고는 통화를 끊었다. 탁! 고남연의 휴대폰을 내던진 윤북진은 그대로 엎어진 채 잠이 든 고남연을 쳐다봤다. 그러다 돌아왔을 때 자신의 팔짱을 끼며 웃는 얼굴로 말을 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윤북진, 함 하자!’ 윤북진의 얼굴이 곧바로 굳어버렸다. 매번마다 이렇게 할 것처럼 굴고, 자신이 흔들릴 때면 그녀는 늘 자신을 내팽개쳤다. 속에서 화가 치민 탓에 고남연의 다리가 실수로 닿았을 때 윤북진을 툭하고 그녀를 차버렸다. 방 안의 불을 끈 윤북진은 조용히 고남연의 옆에 누웠다. 그러다 고남연은 고양이처럼 그의 품에 파고들며 중얼거렸다. “윤북진, 너….” “너 그러지 마….” 매번 중요한 말이 나올 때마다 윤북진은 그녀가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다만 그 말투를 봐서는 절대로 좋은 일이 아닐 것 같았다. “윤북진.” “응.” 담담하게 대답한 윤북진은 그녀의 이불을 끌어 올렸다. 밤은 아주 조용했다. 침대맡의 무드 등에는 오랜만에 집 같은 온화한 빛을 뿌리고 있어 윤북진은 과거의 일들이 떠올랐다. —윤북진, 네가 나보다 더 해 —이런 것, 윤씨 가문이 없었으면 네가 나랑 여기까지 올 수 있을 것 같아? 그때 그는 고남연의 뺨을 내려쳤었다. 태어나서 여자를 때린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고 유일했다. 예전에는 자신이 고남연에게 손을 드는 일이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상상도 한 적이 없었다. 떠올리기 괴로운 기억에 윤북진은 침대맡의 무드 등을 끄고 두 눈을 감았다. 이튿날 아침, 고남연이 정신을 차리고 두 눈을 떴을 때 윤북진은 이미 창가 쪽에 서서 잘 차려입은 채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윤북진이 이미 나갈 준비를 마친 것을 본 고남연은 졸린 눈으로 말했다. “윤북진, 오늘 밤에 지난주 거 보충해.” 어젯밤에 일을 치르려고 했었는데 언제 잠들었는지 고남연 스스로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런 고남연을 무시한 윤북진은 정장을 걸쳐입고 집 밖을 나섰다. 아래로 내려가자 하정준과 운전기사는 이미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차에 타자, 하정준은 곧바로 서류를 건넸고 윤북진은 무미건조하게 물었다. “어젯밤에 무슨 일이었어?” 조수석에 앉아 있던 하정준이 등을 돌려 윤북진에게 보고했다. “여 비서님의 어머니가 어젯밤 발병했었는데 전부 잘 처리했고 여 비서님의 동생은 당분간 선생님의 집에서 지내게 했습니다.” 이내 하정준이 말했다. “여 비서님의 상황이 그다지 좋지 못합니다.” “잘 지켜봐.” “네, 보스.” “참, 보스. 법무팀의 교대 인수인계 절차 끝났습니다. 앞으로 회사의 법률 자문은 해오름 변호사 사무소에서 책임질 겁니다.” 윤북진의 얼굴에 업신여김이 드러났다. “고남연은 이혼 소송만 하지 상법에 대해 뭘 알겠어. 앞으로 법무팀 관련 일은 전부 나를 거치도록 해.” 그에 하정준이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보스.” 별장, 고남연은 나갈 준비를 마친 뒤 곧바로 법원으로 향했다. 그녀는 오늘 재판이 있었는데 여전히 윤북진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이혼 사건이었다. 그녀의 손에는 윤정 그룹의 프로젝트 말고는 전부 이혼 사건이거나 이리저리 돌려지는 민사 사건뿐이었다. 비록 아침에 나설 때 윤북진에게 밤에 돌아오라고 했었지만 윤북진은 전혀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고 고남연이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그를 기다리다 거의 잠들어 버릴 때까지도 윤북진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 뒤로도 며칠 동안 그는 돌아오지 않은 채 지나가면 그만이라는 방식을 선택했다. 금요일 밤, 심이연과 함께 간부들과 식사를 마친 윤북진이 기사에게 로얄 빌리지로 가자고 하려는데 하정준이 다급하게 차창문을 두드렸다. “보스, 여 비서님한테 문제가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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