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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장

여지수의 흐느끼는 울음소리에 윤북진은 안색 하나 바꾸지 않은 채 담담하게 말했다. “도와줄 사람으로 하정준을 보낼게.” 말을 마친 그는 통화를 마친 뒤 하정준에게 전화를 걸어 여지수에게 다녀오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고남연의 호흡이 아까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변했다. 그녀는 자신이 오늘 밤 윤북진을 붙잡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통화를 마친 윤북진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흘깃 쳐다봤다. “깼으면 알아서 내려와. 난 안아주지 않을 거야.” 하지만 고남연은 눈을 뜨지 않았다. 그 광경에 윤북진은 자신의 안전벨트를 풀더니 그대로 차에서 내려 곧장 집 안으로 들어갔다. 윤북진이 정말 가자 고남연도 얼른 안전벨트를 푼 뒤 서둘러 내렸다. 황급히 쫓아간 그녀는 양손으로 윤북진의 팔을 덥석 잡았다. 고개를 숙여 고남연을 보는 윤북진의 눈빛은 여전히 차가웠지만 고남연은 그래도 사근사근 웃는 얼굴을 했다. 방금 전 훌쩍이던 여지수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서로 시선이 마주치자 윤북진은 걸음을 재촉했고 고남연도 따라서 걸음을 바삐 움직였다. “윤북진, 함 하자!” “싫어.” 말로는 싫다고 하면서도 그는 고남연의 손에서 팔을 빼내지는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이 집 안으로 들어왔고, 함께 들어오는 두 사람 모습에 강정숙은 마당의 꽃보다도 더 환하게 웃으며 얼른 주방에 저녁 준비를 하라고 재촉했다. 오늘의 고남연은 기분이 유난히 좋아 보였다. 윤북진을 보는 시간도, 그와 대화를 하는 시간도 평소보다 훨씬 많았다. 식사를 마치고 안방으로 돌아갔을 때 여전히 고남연의 기분이 좋아 보이자, 윤 북진은 차갑게 귀띔했다. “고남연, 너무 일찍 좋아하지 마.” 자신은 매주 한 번씩 돌아온다고 약속했지, 다른 건 약속한 적 없었다. 하지만 고남연은 신경 쓰지 않은 채 대답했다. “나 먼저 씻을게.” 윤북진은 대꾸할 말을 잃었다. 한참이 지나 고남연이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윤북진은 이미 침대에 앉아 늘 쓰던 금테 안경을 쓴 채 책을 읽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한쪽 무릎으로 침대에 올라간 고남연이 미처 말을 하기도 전에 윤북진이 먼저 손을 들어 손가락으로 그녀의 머리를 밀며 거리를 유지했다. 눈썹을 한껏 올린 고남연이 막 말을 하려는데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이 울렸다. 고객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윤북진을 흘깃 본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전화 좀 받고 올게.” 말을 마친 그녀는 얼른 전화를 받았다. “네! 복자 씨.” 전화 너머로 분노에 찬 중년 여성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고 변호사, 대체 남자들은 왜 이렇게 양심이 없는 거예요? 나랑 결혼할 때만 해도 제대로 된 옷 한 벌도 없었단 사람이.” “내가 같이 고생한 게 몇 년인데, 이 집이랑 아이를 이렇게 잘 돌보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이렇게 바로 배신을 하고 이혼을 하자고 한다니요.” “그밖에 있는 불여시들이 뭘 노리고 있는지 정말 모른대요? 어떻게 저한테 이럴 수가 있죠? 천벌 받을까 봐 무섭지도 않나 봐요?” 그렇게 말한 여자는 전화 너머로 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묻지 않아도 고남연은 그녀가 방금전 남편과 또 이혼 문제로 싸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 손으로 휴대폰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물을 따른 고남연은 다정하게 위로해 줬다. “복자 씨, 이렇게 된 이상 우리는 이미 충분히 노력했어요. 이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노력했고 희생했고 붙잡아도 봤잖아요. 그런데도 남편분께서 싫다고 한다면 우린 이성적으로 어떻게 해야 경제적으로 가장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을지 생각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동안 많이 고생하셨잖아요.” 고남연의 말에 윤북진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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