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3장
고남연은 밥을 먹으며 말했다.
"여지수는 그렇게 멍청하지 않아. 그렇게 멍청한 수법을 쓸 리가 없어.”
여자는 여자를 알아본다. 여지수의 총명한 점은 잔꾀를 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여지수는 누구에게도 약점을 잡히지 않을 것이고 항상 가장 불쌍하고 억울한 사람으로 남을 것이다.
윤북진은 말없이 식탁으로 다가가 고남연 옆에 앉았다.
고남연은 어릴 때부터 산초나 고수를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지수가 가져온 반찬에는 산초와 고수로 가득했다. 고남연이
고기반찬을 건드리지 않자 윤북진은 먼저 그녀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주고 고수들을 골라냈다.
"고수 냄새가 계속 나면 물에 한 번 헹궈 먹어.”
윤북진의 행동에 고남연은 웃었다.
"나한테 관심이 많네, 이런 것도 다 기억하고.”
윤북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23년 동안 널 알고 지냈어.”
고남연의 얼굴에 웃음기가 더욱 역력해지며 책상 밑에서 발로 윤북진의 다리를 문질렀다.
"오늘 저녁은 내가 해줄게.”
윤북진은 고남연을 전혀 믿지 않았다.
"맨날 말로만.”
고남연이 몇 번이나 건드리기만 했기에 윤북진도 이젠 속아 넘어가지 않았고 아이를 가지는 일은 기대도 하지 않았다.
"거짓말 아니야."
"아기 갖고 싶어서 그래.”
윤북진이 말했다.
"밥 먹자.”
고남연이 말했다.
"오후에 볼일이 있어서 로펌에 잠깐 다녀와야 해. 사람 시켜 청구서와 보고서를 모두 가져가라고 해.”
윤북진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
"이제야 드디어 목적을 말하네.”
"내가 심주영 사건 맡을까 봐 두려운 거 아니야? 안 받으면 되잖아.”
어젯밤, 윤북진은 그녀에게 고개를 숙인 셈이다. 그리고 하정준이 아침에 말한 일도 있기에 고남연은 하정준의 체면을 세워주기였다.
고남연이 자발적으로 심주영의 사건을 맡지 않겠다고 하자 윤북진의 안색이 그제야 좋아졌다. 윤북진은 고남연이 좋아하는 소고기를 집어 그녀의 그릇에 담았다. 한편, 허명진이 교외 저택에서 회사로 가려고 할 때, 현미령이 다가왔다.
“명진아.”
허명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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