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장

또 다른 사연이 숨겨져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만약 진짜 이런 거라면 그동안 배도현은 철저하게 송유진을 오해한 거나 다름없다. “엄마가 널 협박했어? 언제?” 그가 초조하게 물었지만 송유진은 딱히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널 대체품으로 여기든 아니든 이 3년 동안은 그래도 나름 잘해줬다고 생각하는데?” 배도현은 그녀를 묵묵히 바라볼 뿐 아무런 말도 잇지 못했다. 3년 동안 송유진은 확실히 그를 엄청 잘 챙겨줬으니까. 너무 잘 챙겨준 나머지 이 속에 뭔가 다른 속사정이 섞여 있지 않을까 의심할 지경이었다. 처음엔 단순한 의심이었지만 나중에 그녀가 엄마와 함께 어느 한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고 뒤늦게 깨달았다. 송유진은 다른 의도를 품고 그를 잘 챙겨준 거라고 말이다. 그가 아무 말 없자 송유진이 재차 되물었다. “3년 동안 네 옆에 있으면서 네 돈은 일 전 한 푼 안 썼고 널 손해 보게 한 일은 더더욱 없었어. 그러니까 제발 부탁이야. 더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 우리 이대로 끝내.” 배도현은 정신을 차리고 고민 없이 그녀의 요구를 거절했다. 앞으로 송유진이 없는 나날은... 상상만 해도 지옥이니까. 요즘만 해도 모든 면에서 꼼꼼하게 챙겨주고 자신을 단속해주던 그녀가 없으니 너무 적응하기 어려웠다. 송유진은 문득 할 말을 잃었다. ‘이 미친놈이 진짜 끈질기네!’ 그녀는 더 이상 이 남자와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아 룸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이때 배도현의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재혁한테 우리 일 들키고 싶지 않으면 걔한테서 멀리 떨어지거나 얌전히 내 곁으로 돌아오거나 둘 중 하나야.” 송유진은 문손잡이를 쥔 손이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배도현을 뒤돌아보면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네가 감히 날 협박해?” 이에 배도현이 입꼬리를 씩 올리고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유진아, 만약 한재혁이 모든 걸 알게 된다면 어떻게 나올까? 여전히 널 받아들일 수 있을까?” 송유진은 멍하니 넋을 놓았다. 그녀는 단 한 번도 한재혁과 함께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