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7장 엔딩 3
한수호는 여전히 이서아의 발치에 꿇어앉아 있었다. 길쭉한 키 덕분에 윗몸만 펴도 이서아를 꼭 끌어안을 수 있었다. 파르르 떨리는 이서아의 등을 토닥이며 한수호는 이서아가 얼마나 슬픈지 느낄 수 있었다. 그 슬픔에는 가족의 원수를 갚느라 겪은 고생, 서로를 괴롭히면서 느낀 피곤함 그리고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한수호를 보며 느낀 무력감까지 섞여 있는 것 같았다.
“그때 그 결혼식 절반밖에 못 올렸잖아. 남은 절반은 지금 올릴까? 신랑이 임정우에서 신강인으로 바뀔 수 있다면 신강인에서 나로 바뀔 수 있는 거 아니야?”
한수호가 침을 꿀꺽 삼키더니 최대한 가벼운 말투로 말했다. 이서아가 한수호의 등을 마구 내리쳤지만 한수호는 억지를 부리기 시작했다.
“나랑 결혼하자. 나랑 결혼해... 나 반지도 가져왔어. 에로스는 너만 낄 수 있는 반지야. 내가 다시 끼워줄게. 우리 다시 끼자. 응?”
한수호가 주머니에서 에로스 반지를 꺼냈다. 영원의 상징인 다이아몬드는 시간이 지나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끼고 손가락 다시 자르라고요?”
이서아는 아직도 내키지 않았다.
“내 몸에 난 상처는 다 한수호 당신 때문이에요. 언제까지 남아 있을지 생각은 해봤어요? 그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서 옅어질지 몰라요. 내가 늙으면서 상처도 언젠가는 없어지겠죠.”
“하지만 내가 죽고 살이 썩어 문드러져서 뼈만 남는다 해도 법의관은 그 뼈에서 가슴을 뚫고 지나갈 만한 상처를 입었다는 걸 알아낼 테고 손가락도 잘랐다가 다시 이었다는 걸 발견해 내겠죠.”
한수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면 화장하면 되지. 화장해서 유골을 담고 잘 섞으면 내 뼈가 너의 모자란 부분까지 채울 수 있지 않을까?”
“...”
이서아는 한수호의 어깨를 꽉 깨물었다. 이런 미친 말들은 여진수에게서 배운 것 같았다. 해결할 수 없는 일에 부딪히면 막무가내로 질척이는 것 말이다.
한수호는 이서아를 꼭 끌어안고 잠깐 뜸 들이더니 이렇게 말했다.
“알잖아. 내가 조준 실력이 얼마나 능한지. 화살이든 총이든 엇나가는 법이 없잖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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