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13장 흔들리는 마음
한수호도 사실 처음에는 살짝 화가 났다. 평생 주도권을 잡고 살다가 처음 다른 사람의 장기 말이 되었고 이렇게 처참하고 초라한 행색까지 얻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여행하면서 갱단에게 잘못 걸려 나쁜 경찰에게 잡혀가 매질을 당했을 때도 이렇게 초라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서아의 눈동자를 본 순간 그녀라면 별로 화날 것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수호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아니. 안나. 너만 괜찮으면 돼.”
이서아는 한수호가 화를 내지 않는다는 걸 믿을 수가 없어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
“한수호 씨, 내 손에 놀아났다고요.”
한수호도 나긋하게 대답했다.
“내가 그랬잖아. 너만 무사하면 된다고.”
이서아가 이를 악물더니 이런 상황이 우습다는 듯 비아냥댔다.
“한수호 씨, 솔직히 말할게요. 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해줬다는 걸 알고 나니까 마음이 조금 약해지려 하거든요? 우리 사이에 엄마를 죽인 원수만 없었다면 나는 화해하고 싶었을지도 몰라요.”
까만 구슬 같은 한수호의 눈동자는 그윽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어요.”
이서아가 고개를 저었다.
한수호가 시선을 아래로 축 늘어트렸다. 그러자 외꺼풀의 잔잔한 주름이 보였다.
“그래. 불가능하다는 거 알아. 내가 지금 이러는 것도 빚진 거 갚는 중이라고 생각하면 돼. 그러다 어느 날 내가 네 앞에서 죽어버린다 해도 다 빚진 거 갚는 거니까 절대 부담 갖지 말고.”
이서아는 다치지도 않았지만 숨을 쉬는데 가슴을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너무 아팠다.
한수호는 침대에서 자세를 고쳐 앉았다. 환자복을 입은 한수호는 한 손에 수액을 꼽은 채로 두 팔을 짝 벌렸다.
“하지만 지금은 좀 안아주면 안 될까?”
이서아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한수호가 부드럽게 말했다.
“몸이 너무 아파서 그래. 잠깐만 안고 있으면 좋아질 것 같은데. 안 돼?”
이서아는 사실 바로 한수호 앞에 서 있었다. 한 걸음만 더 앞으로 다가가면 되지만 이서아는 움직이지 않았다.
한수호가 손을 내밀어 이서아의 허리를 감쌌지만 이서아도 밀어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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