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5장 독뱀 출몰

“그게 사실이야? 고설아가 병에 걸려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데 크리스가 아직 하론으로 돌아오지 않았다고?” 렉스틴 하론의 어느 호화로운 정원에서 엘리자베스 부인이 하얀 레이스 치마를 입고 무표정으로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었다. 부하가 빠르게 답변했다. “네. 사실입니다. 세울에 보내 크리스를 감시한 사람이 직접 전해왔는데 아직 하론으로 돌아올 계획이 없다고 했습니다.” 엘리자베스 부인이 웃음을 터뜨리더니 아주 가볍게 건반을 두드렸고 우아한 선율의 ‘엘리자를 위하여’가 들려왔다. “죽고 못 사는 것처럼 굴더니. 난 또 두 사람이 댄홀 로피와 라울 공작의 러브 스토리를 재현하나 했어. 결국 이렇게 될 거면서 뭘 그렇게 애절하게 군 건지.” 부하도 살짝 웃음을 터뜨렸다. “세상 그 어느 남자가 자신의 약혼녀가 전남편이랑 같은 침대에서 잔 사실을 그냥 넘어갈 수 있을까요? 이게 모두 여사님이 치밀한 계획으로 두 사람이 이런 결말을 맞게 된 거예요.” “똑똑한 한 사람을 상대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힘을 모은 두 명의 똑똑한 사람을 상대하는 거야.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무너져도 방어를 해낸다면 정말 대단한 강철이라 할 수 있지. 예전에 크리스를 중환자 실로 보내 버려 목숨이 왔다 갔다 하고 있어 가문 권력이 드디어 나에게 넘어오나 싶었는데 갑자기 웬걸? 고설아가 떡 하니 나타난 내 기분을 알아?” 엘리자베스 부인이 피아노 연주를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여유롭게 와인 바 앞으로 걸어갔다. “그래도 모든 게 내 공은 아니야. 오지성 변호사가 가장 머리를 잘 굴렸어. 대체 어떻게 이런 계획을 짜낸 건지.” 부하가 물었다. “그럼 우린 이제 뭘 하면 될까요? 댄홀 가든으로 잠입해 고설아를 죽일까요?” 엘리자베스 부인은 와인 바에서 와인 하나를 꺼내 잔에 따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지성 변호사 말이 나온 김에 파트너 의견을 한번 들어봐야지... 전화 걸어봐.” “네.” 이어 부하가 통화를 걸었고 엘리자베스 부인이 말했다. “영상으로 돌려.” 부하는 바로 영상 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