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7장 이상해

임정우와 이서아가 타고 있는 차량의 운전기사는 지강철이었다. 지강철은 눈치껏 중간 가림막을 올렸다. 하지만 결국 같은 공간이었기에 아무리 가림막으로 가렸다고 해도 소리는 막을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의 다투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임정우가 평소보다 차가운 목소리로 먼저 입을 열었다. “왜 내가 그렇게 터무니없이 사람을 해치는 일을 할 거로 생각해?” 이서아의 의심 섞인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래서 폭발 사고가 정우 씨가 벌인 게 아니라고요?” “그래. 나 아니야.” 임정우가 말을 계속 이어 했다. “난 그저 사고가 생기고 SY그룹이 더 무너지도록 여론을 조성했을 뿐이야. 폭발 사고는 내가 지시한 게 아니라고.” 이서아는 긴가민가한 얼굴로 물었다. “그런데 왜 사건 당일 내가 물었을 때는 부정하지 않았어요?” “서아야, 그때도 난 대답했어. 과거의 너였다면 절대 날 의심하지 않았을 거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날 믿었을 거야. 네가 한수호를 향한 원망을 멈추고 아니 어쩌면 원망을 지운 뒤로 넌 날 믿지 못하고 있어.” 임정우는 단숨에 날카롭게 문제를 찔렀고 아무리 덤덤한 말투여도 콕콕 찔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것 하나만은 꼭 묻고 싶어. 서아 넌 왜 한수호를 그렇게 쉽게 용서한 거야? 그 사람이 네 원수라는 걸 잊었어? 네 양 어머니가 한수호의 손에 죽은 걸 잊은 거야? 그 사람이 널 향해 꽂은 화살을 잊은 거냐고! 하론에서 넌 그 사람 때문에 우울증에 걸렸잖아. 한수호가 네 손도 잘랐는데 넌 왜...” “잊은 거 아니에요!” 이서아가 애처로운 목소리로 임정우의 말을 잘랐다. 지강철은 여전히 정면을 주시하고 있었으나 걱정스러운 마음에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이 시간에 길은 막히지 않았으나 지강철은 천천히 차 속을 늦추었다. 기억 속 임정우와 이서아는 자주 다투지 않았다. 임정우는 이서아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고 무슨 일이 있어도 이서아에게 져줬으며 이서아도 임정우를 끔찍이 아꼈었다. 이렇게 큰 언쟁이 번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서아는 긴 한숨을 내뱉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