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8장 농담

드디어 차가 우려졌다. 싱긋한 찻잎의 쌉싸름한 차향이 퍼졌다. 한수호는 찻잔을 들어 올렸지만 오랫동안 입에 대지 않고 찻잔의 맑은 표면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얇은 도자기는 열을 차단하지 못하고 높아진 열기로 그의 손가락 끝을 붉게 만들었다. 안승원이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며 말했다. “수호야?” 한수호는 찻잔을 내려놓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시간을 내서 렉스틴에 가야겠어.” ... 이서아와 임정우가 병원을 떠난 시간은 이미 새벽 3시가 넘었다. 서선행이 전해준 소식 덕분에 이서아는 기분이 매우 들떠 전혀 졸리지 않았기에 병원을 나서자마자 차에 타지 않고 사람 없는 거리에서 산책하고 싶었다. 임정우는 당연히 그녀와 함께했다. 운전 기사는 천천히 차를 몰며 그들 뒤를 따랐다. 이서아는 밤바람을 맞으며 두 손을 등 뒤로 하고 발밑의 흰 실선을 따라 뒷걸음질로 걸었다. 이 시간에는 도로에 차가 없었기에 안전에 대한 걱정도 없었다. 그녀는 임정우를 살펴보았다. 그는 연회장을 떠난 후 정장 위에 긴 외투를 걸쳐 추위를 막고 있었다. 해외에서 오래 살았던 탓인지 그에게는 렉스틴 신사의 우아함과 로맨틱함이 묻어났다. 이서아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짐은 어디 있어요?” 임정우 역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호텔로 보냈어.” “어느 호텔이요?” 임정우는 그녀의 질문이 쓸데없다고 생각하며 눈썹을 치켜올렸다. “네가 묵는 호텔에 당연히 나도 묵지.” “그렇군요.” 이서아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내가 까먹고 얘기를 못했네요. 나 지금 호텔에 안 살아요. 집에 묵고 있어요. 그러니까 정우 씨는 혼자 호텔에 묵어야 겠네요.” 임정우는 웃으며 자연스럽게 말했다. “봉현진인가? 네 양부모님을 모시러 가야겠네.” “봉현진 아니에요.” 이서아가 대답했다. “전에 내가 고씨 가문의 저택을 한수호에게서 돌려받았잖아요. 이미 수리 끝났고 오늘 짐을 그쪽으로 옮겼어요.” 임정우는 발걸음을 잠시 멈췄지만 곧 다시 평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