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7장 당신을 사랑한 적이 없어요

한수호는 의외로 덤덤한 표정으로 문 앞에 서서 이서아를 바라봤다. 이서아가 멈칫하더니 변함없는 말투로 임정우에게 말했다. “정우 씨, 두 끼나 굶었더니 배고파요. 일단 밥 먹고 다시 전화할게요.” 임정우가 알겠다고 대답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이서아가 물었다. “한 대표님, 용건 있어요?” 한수호는 이 시간에 병원에 있어야 맞지만 어젯밤 보낸 문자에 이서아가 답장하지 않아 이렇게 찾아온 것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이런 말을 들은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순간 한수호는 호흡이 흐트러졌고 심장이 저릿했다. “그때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는데.” 한수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라고요?” 이서아가 미간을 찌푸렸다. 한수호의 눈동자는 마치 깊은 호수와도 같았다. “그때 분명 나 사랑한다고 했는데.” “...” 이서아는 왠지 모르게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케케묵은 일을 지금 와서 얘기한다고 뭐가 달라져요? 벌건 대낮에 찾아와서 성가시게 하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한수호가 되물었다. “우리 사이를 가지고 새로 만난 사람 기분을 띄워주는 건 맞고?” 이서아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지금 나한테 따져 묻는 거예요?” 한수호가 웃음을 터트렸다. 까만 눈동자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어떻게 감히, 내가 무슨 자격으로.” 이서아는 그런 한수호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손잡이를 꽉 움켜쥐었다. 더는 한수호와 할 말이 없었기에 문을 닫으려 했지만 한수호가 손으로 문을 막았다. 남자라 태생이 여자보다 힘이 셌고 이서아도 무방비 상태였기에 한수호는 아주 쉽게 이서아의 방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서아는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치더니 말했다. “뭐 하는 거예요?” 한수호가 문을 닫았다. 이서아는 순간 위험한 낌새를 눈치채고 미간을 찌푸렸다. “이거 내 방이에요. 내가 초대도 안 했는데 왜 들어와요?” 한수호는 생얼인 이서아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뽀얗지만 차가운 얼굴은 참으로 매정해 보였다. “그냥 네가 정말 나를 사랑한 적이 없는지 확인하고 싶을 뿐이야.” 한수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