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3장 원망

이서아는 무표정한 얼굴로 생각했다. ‘그래. 젖은 옷을 입고 있으면 감기에 걸릴 거야. 어쨋든 건강은 챙겨야지. 한수호가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면 그러라고 해. 나중에 병에 걸려도 그건 자업자득일 뿐 내가 죄책감이나 고마움을 가질 필요는 없어.’ 이서아는 자신의 외투를 벗고 그의 옷을 받아 입었지만 입자마자 후회했다. 옷에는 그의 향기가 깊게 배어 있었다. 이서아는 불쾌하게 눈살을 찌푸리며 그들이 이 집에서 정말로 이틀, 삼일을 함께 지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 짜증이 났다. ‘정말 재수 없어. 이런 일이 나와 한수호에게 일어나다니.’ 한수호는 벽난로 옆에 의자를 하나 가져와 이서아의 반쯤 젖은 외투를 펴서 벽난로의 열기로 말렸다. “여기 음식은 있나요?” 이서아는 중요한 것을 떠올렸다. 그들은 여기서 며칠을 지내야 하기 때문에 물만 마시고 지낼 수는 없다. 한수호는 일회용 종이컵 세 개를 꺼내 컵에 적당량의 차잎을 넣으며 말했다. “내 차에 있긴 한데 모두 즉석식품이야. 원래는 실험실 직원들에게 보내려고 한 거였지만 우선 우리가 먹을 수밖에 없어.” 이서아는 점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대표님, 업무를 시찰하면서 물자를 가져오셨나요?” 한수호는 설명했다. “실험실은 외곽에 있어서 주변에 슈퍼마켓이나 시장이 없어. 때문에 음식 구하기가 어려워서 원래 한 번에 많이 사서 냉장고에 보관해. 지난번 시찰할 때 직원들이 먹는 게 별로더군. 그래서 이번에 올 때 미리 준비해 온 거야.” 이서아는 그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얼굴에는 의심이 가득했다. ‘정말 이렇게 우연이 겹칠 수 있을까? 폭설에 길이 막힌 상황에서 마침 우연히 만난 데다가 마침 고속도로 근처에 집이 있고 마침 대량의 음식이 있다니. 우연이 너무 겹치면 그건 우연이 아니라고 했어.’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한수호는 주전자로 끓인 물을 컵에 부었다. 차잎은 뜨거운 물에 휘말려 컵 바닥에서 회전했다. “너는 내가 눈이 많이 와서 길이 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