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63장 부서지다

한수호가 약속 장소를 스카이 별장으로 선택할 줄은 몰랐다. 이서아는 아무 표정 없이 포크와 나이프로 앞에 놓인 스테이크를 썰었다. 날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식감도 별로 추구하지 않았기에 스테이크는 미디움보다 더 익혀서 먹었다. 살짝 그을린 고기는 칼이 닿을 때마다 바삭하는 소리가 들렸다. 김지영은 한수호가 이곳에 약속을 잡은 의도가 불순하다고 생각했다. “제가 동행하겠습니다.” 이서아가 스테이크를 꼭꼭 씹으며 말했다. “정우 씨한테는 알리지 마요. 생각이 많아질까 봐 걱정돼서 그래요.” 김지영이 잠깐 침묵하더니 명령에 따랐다. “네.” 다음 날 저녁 . 이서아는 김지영과 보디가드 둘을 데리고 스카이 별장으로 향했다. 3년이 지나 다시 이곳에 오자 이서아는 용산을 떠나기 전 한수호에 의해 여기 감금되어 있던 게 생각났다. 그때의 한수호는 참 이해할 수가 없었다. 굳이 그녀를 뼈저리게 사랑하는 척 연기하며 같이 병원에 가지 않으면 회사로 갔고 대외로 그녀가 임신했다는 핑계를 대며 집에 셰프와 시터를 여러 명 불러들였다. 임신… 이서아의 입가에 조롱의 미소가 걸렸다. 김지영이 초인종을 누르자 바로 문이 열렸다. 직접 문을 열고 나오는 한수호의 까만 눈동자가 어딘가 부드러워 보였다. 그는 옆으로 물러서며 이렇게 말했다. “왔어?” 한수호는 슈트가 아닌 까만색 하이칼라 스웨터에 까만 청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타이틀한 상의가 그의 넓은 어깨와 역삼각형 몸매를 두드러지게 했다. “한 대표님이 열정적으로 초대하는데 안 올 수가 있어야죠.” 이서아가 안으로 들어가자 김지영이 그 뒤를 따랐다. 한수호가 덤덤하게 말했다. “외부인이 우리 집에 오는 거 싫어하는 거 알잖아.” 그 뜻인즉 김지영과 보디가드는 들어올 수 없다는 말이었다. 이서아가 한수호를 돌아봤다. 한수호가 딱히 어쩌지는 못할 거라는 생각에 김지영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영 씨, 밖에서 기다려요.” 김지영이 그런 한수호를 경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부르세요.” 한수호는 손잡이를 잡고 있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