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62장 역겨움

확실히 너무 급한 일은 아니었기에 이서아도 김지영을 부르지 않았다. 밤이 점점 어두워졌다. 도우미가 집을 들락날락했지만 밖에 무릎을 꿇고 서 있는 김지영을 볼 엄두를 내지 못했고 누구 하나 이서아에게 이 일을 알리지 못했다. 이서아는 밥을 먹고 임정우와 체스를 몇 판 두다가 졸려서 방으로 돌아가 잤다. 임정우는 다다미에 앉아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시간을 확인하고는 집사에게 아직 밖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김지영을 불러들이라고 했다. 김지영은 이미 몇 시간째 무릎을 꿇고 있었기에 무릎이 부어오른 상태라 걷는 속도가 매우 느렸다. 그렇게 아무 말 없이 임정우 앞으로 걸어온 김지영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불렀다. “대표님.” 임정우는 체스를 정리했다. 옥으로 만들어진 체스가 임정우의 손을 더 환하게 비춰줬다. “서아 앞에서 어떤 말은 해도 되고 어떤 말은 하지 말아야 하는지 이제 알겠어?” “알고 있습니다. 지금 드리는 말씀이 거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꼭 말씀드려야 할 것 같네요.” 김지영이 말을 이어갔다. “대표님이 뜻이 그러시다면 적어도 아가씨께 진실을 말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아가씨도 계속 틀린 길을 걷지 않을 테니까요.” “지금 아가씨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고 싶은 대로 하시는데 그러다 만약에 아가씨가 모든 걸 알게 되면 어떡하시려고요? 대표님, 가주님, 그러다 가주님이 다치실까 봐 걱정이에요.” 임정우가 갑자기 썩소를 지었다. 김지영을 보는 눈빛이 고집스러우면서도 매서웠다. “네가 나보다 서아를 더 걱정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래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짓이 비열하고 역겨워?” “지영이 그런 뜻으로 한 말 아니에요…” 임정우가 체스를 정리하다 말고 그대로 체스판에 던졌다. 촤락 하는 소리와 함께 체스가 체스판에 어질러졌다. 임정우는 더는 김지영의 말을 들어줄 흥미가 나지 않아 계속 꿇고 있으라는 말만 남기고 서재에서 나갔다. 김지영이 군말 없이 무릎을 꿇었다. “왜 그랬어? 대표님이 이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거 알잖아.” “나 어려서부터 대표님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