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51장 유서가 향한 사람

“여보세요?” 임정우가 입을 열자마자 이서아는 임정우의 몸에서 나던 소나무 향이 코끝에 맴도는 것 같았다. “뉴스 봤어.” “나는 아직 못 봤어요.” 이서아가 웃었다. “카메라에 필터가 있는지 몰라. 나 예쁘게 나왔어요?” 임정우는 난감하면서도 웃겼다. “그게 중점은 아닐 텐데.” 임정우가 잠깐 고민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만났어?” 임정우가 물은 건 당연히 한수호였다. 이서아가 차창을 내렸다. 12월의 용산은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방금 만나서 얘기 좀 나눴어요.” “로피 가문 사람은 국내든 외국이든 다 네 말을 들을 거야. 만약 급하게 쓸 일이 있다면 임씨 가문을 찾아가. 혼자 조심해야 해. 나도 하고 있는 일 마무리하고 대한 제국으로 건너가서 너 도울게.” 임정우는 이서아 혼자 4대 가문을 대적하는 게 걱정됐다. 로피 가문의 일에 발이 묶이지만 않았다면 무조건 같이 귀국했을 것이다. 이서아가 말했다. “일단 몸조리부터 잘해요. 설마 또 서재 베란다에서 찬 바람 쐬고 있는 거 아니죠? 하론은 오늘 비 오는 걸로 알고 있는데 몸에 찬 기운 들지 않게 조심해요.” 이서아의 말이 제대로 들어맞아 난감했던 크리스는 다시 서재로 들어오며 반박했다. “너도 바람 쐬고 있잖아. 바람 소리 다 들었어.” “나는 다 나았잖아요.” 임정우는 아직 다 낫기 전이었다. 작년에 차 사고로 몸을 다치고 일 년을 몸조리했지만 아직 회복 중이었다. 이서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할 일이 너무 많으면 나한테 좀 나눠줘요. 내가 도와줄게요. 정우 씨는 아직 더 쉬어야 해요.” 임정우가 가볍게 웃었다. “나 아직 안 죽었는데 벌써 내 자리를 탐내는 거야?” 이서아가 말대꾸하기도 전에 임정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 “탐내도 돼. 로피 가문은 너 빼고 달리 맡길 사람도 없어. 알잖아. 나 유서까지 작성한 거.” 작년에 몸 상태가 제일 위급할 때 임정우는 변호사를 중환자실로 불러 유서를 작성했고 이 일로 로피 가문 사람들이 우르르 달려와 막기까지 했다. 하지만 임정우는 아랑곳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