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3장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
“저와 한 대표님은...”
이서아는 맞은편에 있는 남자들을 바라봤다. 그들은 그녀가 말하려는 걸 막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카메라가 자신들을 비추고 있어 눈에 띄게 행동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그녀는 입꼬리를 올리더니 입을 열었다.
“분명 사랑했었죠.”
이서아는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러자 한수호의 머릿속에 그해 서종시 광장에서 펼쳐진 별똥별처럼 쏟아지던 불꽃놀이와 등불이 떠올랐다.
“그리고 결혼의 문턱까지 갔었죠.”
젊은 날의 연애편지와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결혼반지, 그리고 직접 디자인한 웨딩드레스... 한수호의 눈동자는 깊은 어둠처럼 짙어졌다.
“다만.”
이서아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 순간 유지호와 그의 일행은 눈에 띄게 긴장한 표정으로 굳어졌다. 하지만 그녀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을 이어갔다.
“결국 헤어졌어요.”
이서아는 한마디로 그 모든 상황을 갈무리했다.
“그동안 저는 해외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오늘은 로피 그룹을 대표해 한 회장님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러 온 겁니다.”
이서아는 말을 끝맺었다. 그녀는 광야에서 있었던 일과 28년 전 고씨 가문에 관한 일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멍하니 있던 유지호는 그제야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다.
“정말 때마침 잘 오셨어요! 이서아 씨 덕분에 큰일을 면했네요... 직접 나서서 해명해 주지 않으셨다면 ‘사라진 그녀’에 이어 ‘여인의 억울한 죽음’까지 연기하게 될 뻔했네요.”
이서아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말도 안 돼!”
김은실은 일이 이렇게 마무리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가로막는 사람들을 밀어내고 이서아의 앞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이서아에게 다가가기도 전에 그녀의 경호원들에 의해 막혀버렸다.
김은실은 이서아를 뚫어지게 노려보며 외쳤다.
“이럴 리가 없어! 내가 분명히 네가 화살에 맞는 걸 봤어... 아, 알겠다! 누군가 너를 구해줬나 보네! 그래서 죽지 않고 살아있는 거야!”
이서아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았고 김은실은 휴대폰을 꺼내 들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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