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4장 다들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여진수와 함께 한 시간이 얼마인데 한수호도 딱히 신경 쓸 생각이 없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너도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해. 권 변호사도 너 이러는 거 보고 싶지 않을 거야.” 여진수가 입을 꾹 다문 채 따듯한 수건으로 권소혜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닦아줬다. 권소혜의 손가락은 아직도 무서울 정도로 하얬고 차가웠다. 시간이 늦었으니 한수호도 더 머무를 생각이 없었다. 여진수에게 끼니를 챙기라고 하고는 병원에서 나왔다. 여진수는 권소혜에게 이불을 잘 여며주고는 병실에서 나왔다. 밖에는 머리가 터져서는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는 권미애가 보였다. 요 며칠 권미애는 절하다가 쓰러지면 찬물을 뒤집어쓰고 다시 절했다. 이렇게 나가다간 정말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진수는 그런 권미애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밖으로 내던져요.” “네.” 수하가 얼른 쓰러진 권미애를 끌어냈다. 여진수는 이서아가 건넨 쪽지를 비서에게 건네줬다. “위에 적힌 정보가 맞는지 한번 조사해 봐.” 비서가 쪽지를 확인해 보니 전화번호와 통화한 날짜가 적혀 있었다. 비서가 어리둥잘한 표정으로 물었다. “대표님, 이게 뭐예요?” “일단 조사해 보고 바로 알려줘.” 여진수가 대답 대신에 이렇게 말했다. 조사 결과를 봐야 어떻게 ‘죽다 살아난’ 여자와 바둑을 둘지 알 것 같았다. ... 이 정도 정보를 조사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다음날 비서가 여진수에게 쪽지에 적힌 정보가 다 들어맞는다고 말했다. 여진수가 입꼬리를 당기더니 말했다. “알겠어요.” 여진수는 여씨 저택에 다녀왔다. 이틀 후 권소혜의 상황이 안정되자 여진수는 권소혜를 데리고 퇴원해서 집으로 돌아갔다. 이와 동시에 다른 일도 터졌다. 여명진이 갑자기 여진수와 부자의 연을 끊겠다고 하면서 여씨 가문의 재산에 여진수의 지분은 없다고 선포했다.= 한수호와 안승원이 이 사실을 알고 같이 진주 아파트로 향했다. 여진수는 안방을 전문적인 병실로 꾸미고 의료 기기를 잔뜩 설치해 뒀다. 권소혜는 마치 깊은 잠에 빠진 사람처럼 조용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