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1장 광기

“닥쳐요.” 여진수의 기세에 눌린 지승관이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한 번만 더 로펌에서 난동 부려봐요. 내가 아예 구치소로 보내줄 테니까.” 여진수가 지승관의 팔을 놓아주자 권소혜가 덤덤하게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 형사님 바로 오실 거야.” 이를 들은 지승관이 털썩 무릎을 꿇었다. “변호사님,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 임신도 했으니 아버지가 된 저의 마음도 헤아려 주세요.” 권소혜는 성모 마리아가 아니었다. “처음 이러는 것도 아니잖아요. 이미 기회는 드렸어요. 저번에도 똑같이 경고했잖아요. 다시 이러면 후회할 거라고요. 빌 거면 경찰분들께 비세요.” 권소혜는 이 말만 남기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격분한 지승관이 뒤에서 입에 담지 못할 말로 권소혜를 저주하자 여진수가 옆에 놓인 테이블을 걷어찼다. 쾅. 굉음에 지승관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여진수는 온몸으로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로펌에서 손찌검하면 권소혜에게 피해가 갈까 봐 꾹 참고 있었지만 지승관을 사지 멀쩡하게 로펌에서 나가게 할 생각은 없었다. 경찰이 곧 도착해 지승관을 데려갔다. 그제야 한시름 놓은 여진수가 권소혜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미간에 깃든 한기는 여전했고 언짢은 듯 넥타이를 당겼다. “다시는 이런 일 없게 사람 좀 붙일게.” 권소혜는 그런 여진수를 보며 ‘용포를 걸치고 있어도 태자의 위엄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뭔지 알 것 같았다. 제일 점잖은 슈트를 입고 있었지만 오히려 겉만 번지르르한 양아치 같았다. 사무실도 그의 광기를 담아내지 못했다. ‘동생이라 그런가? 힘이 남아도네.’ 권소혜가 가방을 걸어두며 무표정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여기는 어쩐 일이야?” 권소혜가 컴퓨터를 열며 말했다. “젤리를 차에 두고 갔길래 가져다주려고 왔지.” 여진수가 젤리를 테이블에 올려뒀다. 권소혜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이제 가.” 밖으로 걸어가던 여진수가 고개를 돌려 얼음장처럼 차가운 권소혜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 “작은고모, 지금 혹시 기분 별로야?” “아니.” “기분 별로 안 좋아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