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07장 남겨두면 안 되죠

“에이, 설마요. 명진 씨가 그 늙고 쭈글쭈글한 여자만 싫어해요? 첫째도 얼마나 싫어하는데요. 권씨 가문과 사돈을 맺으면서 전보다 첫째에게 조금 더 눈길을 주긴 하지만 우리가 낳은 아이들보다는 못하죠.” “전에는 회사에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우리 아이들에게 맡겼는데 지금은 조금씩 첫째에게 주고 있잖아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죠.” 이민정이 음침한 말투로 말했다. “안 되겠어요. 이 도박은 너무 위험해요. 첫째에게 좋은 카드가 몰리는 건 두고 볼 수 없어요. 승산이 많아지게 하면 안 되죠.” 진지희는 뭔가를 꾸미려는 듯한 이민정의 반응에 불안한 태도로 물었다. “뭐 하려고 그래요? 권소혜는 변호사라 법에 빠삭한 사람이에요. 게다가 권씨 가문의 유일한 상속자고요.” 이민정이 실눈을 뜨고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니까요. 권씨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라 손에 유산을 들고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러니 그 유산에 눈독을 들이는 사람이 얼마나 많겠어요. 권소혜는 변호사지 원더우먼이 아니에요. 두고 봐요. 내가 어떻게 첫째 손에 든 카드를 뺏는지.” 처와 첩은 무슨, 톡 까놓고 말하면 그냥 본처와 내연녀였다. 이민정은 처음부터 여씨 가문의 안주인 자리를 넘보고 있었다. 그래야 자기 아들이 여씨 가문을 물려받을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지금 같은 시대에 케케묵은 옛날 문화인 작은 어머니로 자처할 사람이 없었다. 여진수는 전에 여명진의 중시를 받지 못하다가 권소혜와 결혼하면서부터 여명진의 태도가 살짝 달라졌다. 권소혜에게 사회적 지위가 있다면 그 지위는 그녀가 법조계에서 발로 뛰어 얻은 유명세 외에 권씨 가문이 원래 유명한 법조인 가문이었던 것도 있다. 권씨 가문은 4대째로 법률과 관련한 분야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권소혜의 증조할아버지는 광복 후에 나타난 1기 변호사 중 한 명이라 여러 건의 중요한 법률 사무와 담판에 참여했고 [변호사법] 초안 작성에 참여한 귀한 인재였고 유서 깊은 가문이기도 했다. 권소혜의 부모님이 권소혜가 어릴 적에 돌아가시면서 가세가 심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