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06장 너무 귀여워

처음 여씨 저택으로 왔는데 마침 이민정과 진지희가 비꼬면서 이간질하는 장면을 목격했는데 여명진은 여진수를 도울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렇다는 건 이런 일이 평소에도 자주 일어난다는 소리였다. ‘여진수의 입지가 고작 이 정도라고?’ 여진수는 뜬금없이 날아든 권소혜의 말에 하마터면 급브레이크를 밟을 뻔했다. “내 입지가 없다고? 그건 내가 귀찮아서...” 여진수는 여자들과 입씨름하기 귀찮은 거였다. 멀쩡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아버지가 들인 첩들과 신경전을 벌이는 걸 싫어할 것이다. 말을 하다가 만 여진수는 문득 권소혜가 그를 걱정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입지를 물어본 것도 다 여진수가 마음 아파서였다. “...” 여진수는 속도를 늦추더니 권소혜를 힐끔 쳐다봤다. 권소혜는 미간을 찌푸린 채 표정이 어두웠다. 기분이 언짢아 보였다. 여진수의 입꼬리가 자기도 모르게 올라갔지만 억지로 눌렀다. 그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더니 성냥 파는 소년이라도 된 듯 이렇게 말했다. “흠. 방법 없지. 아빠가 그 여자들을 더 좋아하니까 그 여자들이 낳은 아들을 더 좋아할 수밖에. 아빠는 그 아이들이 나보다 더 잘났다고 생각해. 그래서 나랑 엄마는 집에서 입지가 거의 없어.” 권소혜는 예상했다는 듯이 화를 내기 시작했다. “너희 어머니야말로 너희 아버지 호적에 있는 사람이고 너야말로 여씨 가문 적자야. 혼인 관계가 아닌 상태에서 낳은 아이는 혼인 상태에서 낳은 아이와 똑같은 상속권을 누리고 있다고 하지만 그 두 여자와 너희 아버지 사이의 관계는 법적인 지지와 보호를 받지 못해. 그런데도 이렇게 당하고만 있는다고?” 여진수는 무척이나 진지한 권소혜의 표정을 보고 하마터면 웃음을 터트릴 위기에 놓이자 얼른 전략적으로 마른기침하며 계속 불쌍한 척했다. “사극에서 황제의 후궁들이 저마다의 목적을 가지고 암투를 벌이는 거 봤지? 총애를 받는 첩 앞에서 본처는 아무 입지가 없어. 아빠가 지켜주는데 우리가 뭘 어쩌겠어?” “지금은 그나마 괜찮아진 거야. 어릴 때는 더했지. 겨울에 보일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