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3장 가치 있는 여정

한수호가 깨어났을 때 창밖에는 이미 밤이 내려앉아 있었다. 밝은 달은 두꺼운 먹구름에 가려져 한 줄기 빛도 새어 나오지 않았다. 의식이 돌아오면서 몸의 감각도 서서히 회복된 한수호는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조금 통증이 느껴지는 간을 감싸려 했으나 실수로 손등에 꽂힌 수액 바늘을 건드렸다. 병상 가까이에 있던 안승원이 가장 먼저 그가 움직이는 것을 보며 말했다. “수호야, 드디어 깨어났네.” 소파에 앉아 있던 다른 사람들도 모두 일어나 병상 가까이로 다가왔다. 하은영, 여진수, 유지호, 신강우가 있었다. 안승원이 걱정스레 물었다. “어때? 의사 부를까?” 한수호는 고개를 저으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거의 큰일 날 뻔했어.” 안승원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 “넌 너무 네 몸을 혹사하는 것 같아. 하 비서가 말하길 하론에서도 기침을 했다고 하던데 용산으로 돌아오는 10여 시간 동안 이코노미석에 앉아 있었다고? 그렇게 스스로를 괴롭힐 필요 있어?” 시선을 내린 한수호의 속눈썹이 창백한 뺨 위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바닥으로 침대 매트리스를 짚고 앉으려 했다. 침대 끝에 서 있던 유지호가 이를 보고 침대 높이를 조절하는 버튼을 눌러 침대 머리가 60도로 자동으로 올라가 한수호가 기대어 앉을 수 있게 했다. “고마워요.” “별말씀을.” 유지호는 꽤 궁금해했다. “의사가 말하길 한 대표님의 혈압의 기복이 심해졌다고 하던데 그건 감정 기복이 심해서 그렇다고 하더군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하론에서 무슨 일이 있었거나 누군가를 만난 건가요?” 유지호가 떠보듯 묻는 말에 여진수는 불쾌해져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유지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손을 내저었다. “아무 뜻도 없어요. 그냥 한 대표님이 걱정돼서 그래요.” “알사 그룹과의 협상이 그리 순조롭지 않았어요.” 한수호는 갈라진 목소리로 기침을 하며 말했고 하은영이 곧바로 말을 받았다. “맞아요. 알사 그룹은 포레스트 그룹을 신생 기업이라 만만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