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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장 내가 아닌 다른 사람

잠시 후, 아이스크림 가게를 지나자 신하윤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나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요.” “저도 마실 거 사고 싶은데요.” 두 사람의 제안에 한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매장에 파는 아이스크림을 빤히 바라보던 한수호는 이서아도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던 것이 생각나 하나 주문했다. 하지만 고개를 돌린 순간, 아무렇지 않게 텀블러에 담긴 물을 마시는 그녀를 보며 또 얼굴을 구겼다. “...” 이서아가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건 사실이었으나 유산 뒤로 자궁에 무리가 간 건지 생리통이 워낙 심해져 찬 음식은 피하고 있는 중이었다. 눈치라는 게 있다면 지금 자기만 소외되고 있다는 걸 모르지 않을 텐데 의연한 모습의 이서아를 보고 있자니 왠지 짜증이 밀려와 한수호는 한 입도 먹지 않은 아이스크림을 바로 쓰레기통에 처넣었다. “앗.” 이때 아이스크림이 손가락에 묻었다며 호들갑을 떨던 신하윤은 티슈로 닦아도 찝찝한 지 직원에게 물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죠?” “저기 코너만 돌면 화장실입니다.” “수호 오빠,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여기서 기다려요.” 브랜드 측 직원과 매출 상황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던 한수호는 별생각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쇼핑몰 다른 곳을 돌아보던 이서아는 무심결에 화장품 브랜드 직원의 대화를 엿듣게 된다. “우리 쇼핑몰 근처에 바바리맨이 출몰한다는 소식 들었어요? 나도 어제 퇴근하다 마주쳤잖아요. 어찌나 놀랐는지.” “그럼요. 경찰에 신고까지 했다는데 왜 아직 안 잡히는 건지. 저희 매장까지 들어온 건 아니겠죠?” 발걸음을 멈춘 이서아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직도 백화점 직원과 대화를 나누는 한수호,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김은정, 하지만 화장실에 간다던 신하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설마...’ 불안한 예감에 화장실로 뛰어간 그녀의 귓가에 신하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으악!!” 역시나 창백하게 질린 신하윤 앞에는 하체를 훤히 드러낸 남자가 서 있었다. 정신에 이상이 있는 게 분명한 듯한 남자는 실실 웃으며 신하윤에게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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