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9장 매복

오만하기 그지없는 말이었다. 이서아가 고개를 돌려 임정우를 바라보며 이제야 크리스의 진짜 모습을 발견했다고 비아냥대고 싶었는데 입을 미처 열기도 전에 쿵 하는 소리가 귓가를 가득 메웠다. 머리 위로 뭔가 터진 것 같은 굉음에 이서아가 화들짝 놀랐다. 동시에 차가 컨트롤을 잃고 길가에 있는 가로수로 돌진했다. 충돌의 관성에 의해 안전벨트를 하지 않고 뒷좌석에 앉아 있던 이서아는 몸이 조수석에 힘껏 부딪혔고 갈비뼈가 얼얼할 정도였다. 갑자기 들이닥친 상황에 당황할 법도 했지만 임정우는 반응이 이서아보다 빨랐고 손잡이를 꽉 잡은 덕분에 앞으로 날아가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보니 마치 슬로우 모션이라도 켠 듯 총알이 파죽지세로 날아오고 있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임정우는 품속에 이서아를 꼭 끌어당겼다. 쾅. 총알이 유리에 박혔지만 총알을 막아낼 수 있는 유리라 뚫리지는 않았다. 그들이 탄 차를 따라오던 승용차 몇 대가 급속도로 앞으로 달려와 먼저 가며 두 사람이 탄 차를 중간에 에워쌌다. 이서아는 막연한 표정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살폈다. 고개를 들어보니 임정우가 이를 꽉 악물고 이서아는 처음 보는 눈빛을 했다. 운전기사가 앞에서 말했다. “가주님, 타이어가 펑크났습니다.” “괜찮아.” 임정우가 이서아를 안심시키려고 말했다. 임정우는 이서아의 머리를 눌러 일어나지 말라고 하더니 어두운 눈빛으로 창밖을 내다봤다. 김지영과 지강철, 그리고 보디가드들은 이미 차에서 내려 권총을 꺼내 들고 차 문에 몸을 바짝 붙인 채 이렇게 말했다. “대표님, 함정에 빠진 것 같습니다.” 차가 있는 곳은 수림이었다. 주변은 수풀이 우거졌지만 인기척은 없었기에 매복하기에 아주 적합했다. 곧이어 총알이 비처럼 날아들었다. 펑 하는 굉음과 함께 임정우가 타고 온 차에 사정없이 떨어졌다. 이서아는 그제야 이게 암살이라는 걸 알아챘다. 아니, 이 정도는 암살이 아니라 대놓고 그들의 목숨을 앗아가겠다는 소리였다. 외국은 총기 소유가 자유라는 걸 이서아도 알고 있었지만 이런 장면은 드라마에서만 봤지 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