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2장 서아야
이서아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옆에 있는 나뭇가지 하나를 줍고는 풀숲을 툭툭 건드렸다.
하지만 아무 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밤바람이 나뭇잎을 흔들며 바스락바스락 소리를 내자 이서아는 고개를 들었다. 나무 그림자는 어둠 속에서 마치 흔들리는 손처럼 괴이하게 보였다.
으스스한 분위기가 더해져 바람 소리마저 여인의 처량한 비명처럼 들렸다.
이서아의 머릿속에는 무수히 많은 공포영화가 떠올랐다. 촬영기법이 섬세하지 못해 모든 게 가짜인 걸 알면서도 섬뜩한 그런 공포영화 말이다.
여기에 오래 있으면 실제적인 위험이 없어도 공포에 질려 마음의 병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서아는 눈앞에 있는 나무를 껴안았다. 나무를 타 높은 곳에서 멀리 내다보면 분명 빛이 보일 테고, 그러면 길을 찾아 떠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나무는 버드나무라 길쭉하고 얇을 뿐만 아니라 나뭇가지가 없어 발 디딜 틈도 없었다. 이서아는 간신히 바닥에서 1미터 남짓한 곳까지 올라갔지만 결국 팔 힘이 부족해 떨어졌는데 꼬리뼈에서 극심한 고통이 전해졌다.
이러다 보니 오히려 두려운 마음은 사라졌다.
‘그래도 헛되이 다치진 않았네.’ 이서아는 그 와중에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했다.
바로 이때, 어디선가 사람의 말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여기, 여기 파...”
이서아는 소리가 나는 쪽을 돌아봤다. 숲속에는 불빛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사람 있나?’
도움을 청하려던 이서아는 기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한밤중 외진 곳에 어떻게 사람이 있을 수 있지?
이서아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 숨으려고 했지만 그녀의 기척은 주위를 잔뜩 경계하는 그 사람들의 주의를 불러일으켰다. 곧이어 전등 불빛이 번쩍였다.
“누구야?”
이서아는 강력한 불빛에 저도 모르게 눈을 꼭 감았다.
이어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여기에 웬 여자가 있지?”
이서아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던 그때 두 남자는 이미 그녀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키 작고 뚱뚱한 남자는 손전등으로 이서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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