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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장 남자

여비서는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봤다. 차가 마침 터널을 지나고 있어 어둠에 묻힌 남자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그저 무릎 위에 올려놓은 그의 손이 라이터를 무심하게 돌리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일 뿐이었다. 라이터는 대체로 은백색이고 아무런 패턴도 없었다. 유명 브랜드도 아니고 디자인도 세련된 편이 아니라 그냥 평범하고 낡은 부싯돌 라이터였다. 굳이 특별한 부분이 있다고 하면 라이터 밑부분에 노을처럼 밝게 빛나는 오렌지색 보석이 박혀 있었다. 이 라이터는 그의 신분에 걸맞지 않았지만 그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 몸에 지니고 다녔다. 차가 터널을 지나자 마스크를 쓴 남자는 좌우 차선을 살피다 다른 차가 없는 걸 발견하고선 액셀을 밟고 속도를 내 그대로 동쪽 숲으로 질주했다. 숲속에 나무와 풀들이 빽빽이 들어서 길을 막았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차를 버리고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여비서의 이름은 김지영이다. 그녀는 가죽 재킷과 가죽바지, 앵클부츠를 신고 있었는데 단발머리를 하고 있어 유난히 세련되어 보였다. 마스크를 쓴 남자와 동시에 차 문 콘솔 박스에서 비상 랜턴을 꺼내 빠르게 배터리를 장착한 후 랜턴을 높게 들어 숲속으로 비추었다. 그때 여비서가 고개를 돌려 남자에게 말했다. “대표님, 저와 지강철 씨가 찾으러 가면 됩니다. 대표님은 차에서 기다리시면 돼요.” 그녀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남자는 이미 그녀의 옆을 지나가더니 그녀의 손에 든 비상 랜튼을 받아 들고 숲속으로 먼저 들어갔다. 마스크를 쓴 남자, 지강철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뒤따라 숲속으로 들어간 후 남자의 곁을 지켰다. 숲속은 너무 어둡고 길도 구불구불했기에 비상 랜턴은 오로지 길을 비추는 용도로 쓰일 뿐 사람의 모습은 잘 보이지도 않았다. 남자의 얼굴도 계속 어둠에 묻히고 있었다. 그는 빠른 발걸음으로 불규칙적으로 자란 나무들을 계속 스쳐 지나갔다. 겉옷이 바닥에 있는 뾰족한 가시에 쓸려 긁혔는데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김지영은 거의 그의 발걸음을 못 따라갈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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