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3장 그 사람

같은 시각. 방금의 목소리를 덮을 수 있는 더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서아.” 남자의 발걸음은 멈칫하더니 어둠 속에서 더 걸어 나가지 못했다. 도망가고 있던 이서아가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 ‘착각인가?’ 방금 누가 자기를 ‘서아야’라고 부른 것 같은데 말이다. “이서아!” 목소리가 또 들려왔다. ‘서아야’라고 부른 소리와 ‘이서아’라고 부른 소리가 동시에 들렸다. 이서아는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 전조등이 멀리서부터 점점 가까워졌다. 곧이어 강렬한 빛이 수십 미터를 사이 두고 그녀를 밝게 비추었다. 그녀를 구원해 주는 빛이었다. 숲이 워낙 크기 때문에 길이 하나뿐이 아니었다. 도로 표지가 없어서 현지인의 도움이 없으면 정확한 목적지에 도착하는 건 행운에 맡겨야 할 뿐이다. 한수호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큰길을 찾아 바로 이서아와 2, 30미터 떨어진 곳에 세울 수 있었다. 두 남자는 차를 발견하자 서로 눈을 마주 보더니 재빠르게 숲속에 숨었다. 이서아는 그제야 자기가 큰길과 이렇게 가까이 있다는 걸 알아챘다. 길을 잃어 헤맬 때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갔었다. 한수로는 차에서 내리더니 성큼성큼 그녀 앞에 다가갔다. 그의 앞머리는 바람에 흩날려 약간 헝클어졌고 코트 자락도 휘날리고 있었다. “...” 가장 빨리 온 사람이 한수호라니. 이서아는 가까이 다가오는 그를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그의 얼굴이 점점 뚜렷해지자 두려움으로 뒤숭숭한 그녀의 기분이 조금 나아진 것 같았다. 한수호가 그녀의 앞에 도착하고는 그녀의 팔을 잡았는데 바로 한기가 느껴져 미간을 구겼다. 그는 재빠르게 코트를 벗어 그녀의 몸에 걸쳤다. “다치진 않았어?” 그가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요.” 한수호가 제때 도착했다. 가장 안 좋은 일이 생기기 전에 다행히도 나타난 것이다. 한수호는 알 수 없는 말투로 말했다. “운이 좋았네.” 한수호는 이서아의 팔을 잡고 떠나려고 했는데 이서아는 방금 두려운 감정이 가시지 않아 아직 다리가 후들거렸다. 한 걸음을 내디디자마자 힘이 빠져 당장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