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7장 나를 신경 쓰고 있는 거잖아요

오후부터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이서아가 태블릿으로 데이터를 정리하고 있을 때 소윤정이 옆으로 와서 말했다. “여기 틀린 것 같아요.” 이서아는 그 말을 믿고 소윤정이 가리키는 곳을 보며 물었다. “네? 어디요?” 사실 소윤정은 업무에 대해 토론하는 척하며 이서아와 얘기를 나누고 싶었던 것이다. “어젯밤 대표님 얼굴에 있던 붉은 자국, 서아 씨가 때린 거죠?” 이서아는 소윤정이 그저 얘기를 나누고 싶어 찾아온 것을 알고는 계속 자기 할 일을 했다. 소윤정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서아 씨는 뭘 믿고 감히 대표님을 때린 거예요?” 이서아는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다. 오히려 한수호가 술 마시고 주정을 부린 것이다. 소윤정은 콧방귀를 뀌었다. “믿는 구석이 있어서 겁도 잃었나 보네요.” 이서아는 고개를 들고 앞에 있는 한수호의 얼굴을 확인했다. 하룻밤 사이에 한수호의 얼굴에 있던 흔적이 사라졌다. 어제보다 정신도 차리고 말끔해 보였다. 검은색 수트를 입은 한수호의 모습은 우아해 보였다. 마치 어젯밤에 난폭하고 쪼잔하게 굴었던 그 사람이 그가 아닌 듯 말이다. 한수호는 이서아의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이서아는 다시 데이터를 정리하는 데 몰두했다. 하지만 소윤정의 말은 그녀가 어젯밤에 한수호를 봤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늦은 시간에 만났다는 것은 두 사람이 같이 잤을 수도 있지 않은가? 자신이 떳떳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도 그렇게 보이는 법이다. ... 이번 프로젝트는 대형 프로젝트라 여러 가지 영역과 관련된다. 그래서 그들은 같이 움직이지 않았다. 예를 들어 데이터를 검측하고 정리하는 것은 이서아가 맡았고 맨 처음 시작 단계에서 전체 팀과 함께 ZF 측 설 주임을 만난 것 외에 이서아는 오후 내내 한수호와 만난 적이 없었다. 그러자 이서아는 마음이 너무 편했다. 저녁에 호텔로 돌아온 후 이서아는 데이터를 정리해서 표를 만든 후 팀 단톡방에 보냈다. 신강인은 개인톡으로 이서아에게 고생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서아도 실험실 쪽은 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