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1장 지목

이서아의 본가는 봉천진에 있었다. 많은 곳이 여행 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가운데 봉청진 역시 “문화의 고장” 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많은 외지 여행객들을 불러 모았다. 때문에 전체적으로 낙후한 곳은 아니었다. 집은 좁은 골목에 있었고 차가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에 이서아는 짐을 들고 골목을 걸어서 들어갔다. 3년 만에 집 앞에 섰다. 문은 열려 있었다. 밤을 제외하고 대낮에는 문을 활짝 열어 놓아도 위험하지 않았다. 이서아는 어떻게 들어가고 무슨 표정으로 인사를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을 때 안에서 사람이 걸어 나왔고 그녀는 무의식중에 뒤로 숨었다. 이서아는 살짝 고개를 내밀었고 나온 사람은 바로 엄마였다. 진영자는 양분초를 들고 문 앞에 있는 수도꼭지를 틀어 씻었다. 양문초에 전문을 더해 얼렸다가 녹여서 설탕을 더해 여름에 먹으면 아주 시원한 간식이 되었다. 그건 예전에 이서아가 가장 즐겨 먹던 간식이었다. 엄마는 종종 그녀에게 손수 만들어주곤 했는데 집을 나가고 나서 그동안 이서아는 한 번도 먹은 적이 없었다. 이서아가 정신이 팔리고 있을 때 “쾅” 하는 소리가 났다. 이진태가 방에서 나오며 진영자가 간식을 만드는 모습을 보더니 화를 내며 그릇을 발로 걷어찼다. “이딴 건 왜 만들어! 그럴 시간에 나가서 돈이나 벌어와! 당신 그 병 치료하는 데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한지 모르는 거야?” 이서아가 깜짝 놀랐다. ‘뭐? 병? 엄마가 병에 걸렸다고?’ 그녀는 엄마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엄마는 많이 늙고 야위었다. 엄마는 낡은 셔츠를 입고 작은 의자에 앉아 굳은 얼굴로 발에 치인 그릇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양분초를 그릇에 담으며 덤덤하게 말했다. “나도 알아요. 그래서 치료하지 않겠다고 했잖아요. 살 수 있을 때까지 살다가 한 줌의 재로 되겠다고 얘기했잖아요.” 이진태가 씩씩대며 말했다. “죽는다고! 당신은 죽으면 다야? 남은 내가 느낄 죄책감은 생각 안 해? 어쩜 그렇게 이기적이야!” “둘째한테 전화해서 돈을 달라고 얘기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