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장
“전 이미 결혼한 사람입니다. 이렇게 선생님을 속이는 거, 안 좋은 거 같은데요?”
내 말투가 점점 차가워졌다.
추재은 앞에서 난 아주 쉽게 이런 상태에 몰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난 전혀 안쓰럽지 않았다.
“알아. 그래서 내가 그랬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여자랑 결혼했다고.”
추재은은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려서 그녀의 눈빛이 보이지 않았다. 아마 어느 정도의 감정 변화가 있겠지.
난 원래 침묵할 생각이었는데, 결국 딱딱하게 이 한마디 했다.
“제가 잘못 들었네요.”
난 사람들 뒤에 서 있었다. 클로린드 앞에 얼굴을 한번 내밀고 싶은 사람이 아주 많았지만, 경비가 전무 말렸다.
추재은은 내 옆에 서 있었다. 그녀는 왜 클로린드한테 가서 잘 보이려고 하지 않고 여기서 뭐 하는 거지? 이런 의문이 생겼다.
그리고 임세린의 시선이 어렴풋이 느껴졌다.
고개를 들자, 그녀가 마침 여길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일에 순서가 있기에, 지금 그녀가 해야 할 건, 클로린드를 잘 안배해 놓는 거다.
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난 사람이 적은 길로 빠져나가고 싶었다.
이런 교제와 일은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장시간의 정신적 스트레스와 우울증 때문에 난 낯선 사람을 마주할 때, 두려워졌다.
지금의 난 유강우보다 못했다. 그는 나보다 더 많은 걸 할 수 있다.
“지금 가려고?”
추재은의 목소리였다. 난 그녀를 무시하고 여전히 혼자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뒤에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가 살짝 빨라졌다.
“내가 널 선생님께 소개해 줄 수 있어. 선생님은 날 제일 예뻐하시거든.”
“소개요? 그런 거 필요 없어요.”
난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디자인하는 거 좋아하잖아. 박겸한테 들었어. 네가 디자인 전문에 관한 책을 즐겨 읽는다고.”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내 말투는 어름처럼 차가웠다. 난 심지어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걷다 보니, 뒤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은 거 같아, 발걸음을 늦추었다.
그리고 모퉁이를 돌 때,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햇빛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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