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5장
날 향해 계속 눈짓하는 임세린 때문에 난 어쩔 수 없이 참았다.
내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괴롭힘을 당하고도 모든 사람과 함께 진실을 묻어두고 있으니.
“육세훈 씨, 역시 소문난 좋은 남자네요. 행동과 말투가 우아할 뿐만 아니라, 사람을 내쫓을 때도 이렇게 온화하시다니. 바로 가겠습니다. 그럼 다음 인터뷰 기대할게요.”
악덕 기자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다 같이 떠났다. 그들이 떠난 걸 보고 육세훈은 웃음을 지으며 날 쳐다보았다.
“강주환, 우리 또 만났네?”
그는 여전히 우아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하지만 내 눈에는 그게 비웃음으로 보였다.
마음속의 맹수가 포효하고 있지만, 아직 이빨이 자라지 않았다.
나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린아, 강주환 이게 사과하는 태도야? 세훈 씨가 먼저 입을 열었는데, 아무 대답이 없네? 거드름 부리는 거야?”
박설아는 내 트집을 잡으며 임세린에게 불평했다.
원래부터 박설아에게 별 호감이 없었는데, 이젠 전혀 없게 되었다.
이 말을 들은 임세린은 좀 멋쩍었는지, 차가운 얼굴로 날 쳐다보았다.
“주환아, 사과해.”
“안 해. 때리지도 않았는데, 왜 사과해야 하지?”
계속 쌓아오던 원망이 순간 폭발했다. 임세린이 사과하라고 날 강요하자, 인내심이 순간 한계를 넘었다.
난 분노로 내 불만을 표현하며 진실을 말하려고 했다. 비록 아무도 날 믿지 않겠지만, 그래도 이 억울한 심정을 풀고 싶었다.
그런 무기력한 억울함, 내가 싫어하고 혐오하는 일을 하라고 날 강요하자, 순간 임세란을 거역하게 됐다. 그게 남이 보고 있는 앞일지라도.
심지어 이게 나랑 임세린의 계약을 도발하는 행동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여전히 그렇게 했다.
임세린은 내 반응에 살짝 당황했다. 분명 며칠 동안 정상이었던 내가 갑자기 이렇게 될 줄 생각 못했을 것이다.
싸움에다가 우리의 평화로운 관계를 파괴했으니, 또다시 건방지게 구는 것처럼 보이겠지.
그녀는 짜증 난 표정으로 머리를 뒤로 쓸어 넘겼다. 그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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