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장
햇살이 따뜻한 어느 날, 난 자살하기로 결심했다.
정확히 말하면 자살이 아니었다. 그저 어느 날 갑자기 집에 있는 와인을 바라보다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난 피와 와인의 맛이 뭐가 다른지 알고 싶었다.
아마 전자가 조금 더 달콤하고 비리고 끈적할 것이다. 마치 딸기 색소를 넣은 흰 우유처럼 말이다.
이런 생각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고, 심지어 자기도 모르게 와인병을 바닥에 던져 깨버렸다.
난 바닥에 엎으려 달콤한 와인을 핥고 있었다. 은은한 알코올 향이 목구멍을 지나 머릿속으로 파고들었다.
난 바닥의 유리 조각을 집어 들고 가볍게 손목을 그었다.
내 손은 추호의 떨림도 없었다. 심지어 나조차도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한 가닥의 핏자국이 손목에 나타났고, 머리를 숙이고 맛보려는 순간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웠다.
바닥에 깨진 와인병은 전에 임세린이 내 앞에서 와인 잔을 던지던 장면과 아주 비슷했다. 그리고 뇌암이 발작했다.
내 육체와 정신은 치열한 싸움을 하는 듯했다.
정신의 나는 육체의 나를 죽이려 했지만, 결국 육체의 내가 한 수 위인 듯했다. 나를 기절시켰으니 말이다.
난 정신을 잃기 전에 누군가가 창문 유리를 부수고 달려 들어오는 모습을 보았다.
난 살았다, 박겸이 날 구했다.
박겸은 내가 걱정되어 특별히 시간 내서 날 보러 온 거였다.
하지만 마침 내가 손목을 긋는 장면을 목격했고, 너무 화가 나 몸이 떨렸지만, 재빨리 창문 유리를 부수고 달려 들어왔다.
내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박겸의 주먹에 난 상처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 서 있는 사람은 나를 죄책감이 들게 하는 추재은이었다.
추재은은 울고 있었다. 너무 슬프게 울고 있었다.
난 눈을 감고 보지 않았다.
희미하게 의사의 말이 들렸다. 난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직계 가족의 사인이 있어야 수혈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내 부모님은 진작에 세상을 떠났고 형제도 없었으니 유일하게 직계 가족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임세린뿐이었다.
잠시 후, 박겸이 미친 듯이 임세린에게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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