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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장

세상에 친어머니와 헤어지는 것을 달가워하는 아이가 몇이나 되겠는가? 그는 당시 얼마나 무자비했기에 그런 결정을 내렸던 것일까? 그의 선택으로 인해 차현승뿐만 아니라 강서현까지 해쳤었다. 두 사람은 곧 강서현의 집 앞에 도착했다. 문을 막 두드리려는데 안에서 문을 벌컥 열었아. 문틈으로 작은 머리가 쏙 삐져나왔다. 콩이는 분홍색 잠옷 치마를 입고 머리를 풀어헤치고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러다가 차현승을 보자마자 그의 품에 안겨 입을 열었다. “오빠. 오빠.” 그러자 차현승은 허리를 굽혀 콩이를 품에 안았다. 그는 콩이의 차가운 발을 만지작거리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왜 신발을 안 신었어? 날이 추우니까 몸을 차갑게 굴면 배가 아플거야. 그것도 몰라?” 차현승에게 잔소리를 들었지만, 콩이는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목을 껴안고 뽀뽀를 한 뒤 서재 쪽을 향해 소리쳤다. “엄마. 오빠.” 내일 수업에 필요한 자료를 준비하던 강서현은 고함 소리를 듣고 달려나왔다. 잠시 후, 문 앞에 우뚝 서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차현승은 손에 큰 가방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녀는 어리둥절해하며 차재욱을 바라보았다. “이게 뭐예요?” 차현승을 앞으로 밀어내는 차재욱의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배어 있었다. “어머니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어. 그래서 어머니를 돌봐야 현승이는 며칠 뒤에 시합이 있잖아. 집사 할아버지랑 있으면 공부를 잘 안 할까봐 데리고 온 거야. 며칠만 데리고 있어도 될까?” 그의 요청에 강서현은 약간 불가사의했다. 그녀는 이것이 그의 핑계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차씨 가문에 그렇게 많은 고용인이 있는데 어떻게 아이 하나 돌보지 못할 수 있겠는가? ‘설마 그때의 결정을 후회하고, 나랑 현승이 사이를 회복시켜 주려고 그러는 건가?’ 이유가 어찌됐든, 강서현은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나중에 차현승의 양육권을 놓고 경쟁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강서현은 차현승의 가방을 건네받고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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