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장

차재욱은 참지 못하고 가슴에 손을 갖다댔다. 순간, 그 따끔따끔한 통증에 목이 메어왔다. 그는 콩이의 사랑에 가슴이 아파왔다. 아빠가 눈앞에 있는 걸 뻔히 알면서도 감히 아빠라고 부를 수 없었다. 차재욱은 머리 위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두웠던 밤하늘에 어느샌가 희미한 달빛이 비쳤다. 이 빛은 그에게 희망을 주었다. 그는 애써 마음속의 감정을 억누르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 “콩이야. 모두 아빠의 잘못이야. 나 때문에 너와 엄마가 많은 고통을 입었어. 나중에 방법을 생각해서 꼭 보상해줄게. 아빠를 믿어줘, 어때?” 그의 목소리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콩이는 큰 눈을 껌벅이며 말했다. “아빠. 울지 마.” 따뜻한 딸의 위로가 차재욱의 씁쓸한 마음을 감싸 안으며 달콤함을 물씬 느끼게 했다. “응. 아빠는 울지 않아. 그저 너무 흥분해서 그래. 콩이야. 오빠랑 같이 살고 싶어?” 콩이는 고개를 끄덕이려고 했지만, 머릿속에 엄마가 그녀에게 했던 말이 바로 떠올랐다. 강서현은 아버지가 자기한테서 콩이를 빼앗아 다시는 엄마를 만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지금의 오빠처럼. 이런 생각에 콩이는 힘겹게 한마디 했다. “아빠, 뺏지 마. 엄마 울어.” 이 말에 차재욱은 괴로운 듯 눈을 감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예상대로 강서현이 콩이의 신분을 숨긴 것은 그가 알게 되면 아이를 빼앗아갈까 두려워서였다. 도대체 얼마나 충격을 받았길래 그녀가 이렇게 경계하게 된 걸까? “콩이야. 아빠는 널 엄마에게서 뺏어가는 게 아니라 오빠를 엄마에게 데려다주려는 거야. 콩이랑 같이 자랄 수 있게. 어때?” 그 말에 콩이는 약간 놀란 듯 눈을 휘둥그레뜨더니 몇 초가 지나서야 이 말의 뜻을 알아차렸다. 콩이는 감격에 겨워 박수를 쳤다. “오빠, 오빠.” 콩이의 잔뜩 흥분한 목소리에 차재욱이 말을 이어갔다. “기다려. 아빠가 오빠를 데려다 줄게.” 그가 전화를 끊을 때까지도 '오빠'를 외치는 어린 소녀의 목소리는 한껏 들떠 있었다. 콩이는 도대체 오빠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