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장

그런 그의 말을 듣고서야 최금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천천히 병상에 누워 의사가 그녀에게 산소호흡기를 다시 달고 새 링거를 놓도록 했다. 잔뜩 굳어진 차재욱의 표정을 보고, 진이나가 그의 팔을 살짝 잡아당겼다. 그녀는 억울함이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재욱아. 만약 네가 파혼하고 싶다면 어머님 건강이 좀 나아지면, 그때 다시 내가 어머니한테 말할게. 하지만 지금은 어머니 상태가 위험하니, 우리 잠시 어머니 뜻대로 하도록 해.” 그러자 차재욱은 차가운 표정으로 진이나를 노려보았다. “네가 원하는 결과가 이런 게 아니었어? 예전에는 날 강요했는데, 지금은 엄마를 이용하다니… 나는 왜 그동안 네가 이렇게 뛰어난 수완을 가지고 있는지 몰랐지?” 이 말에 진이나는 눈시울을 붉혔다. 순간,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불쌍하고 애처롭기 그지없었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재욱아. 난 어머니한테 강요하지 않았어. 나는 단지 그녀의 건강이 걱정될 뿐이야, 나를 믿어줘.” 그 말에 차재욱은 코웃음을 쳤다. “그때 나에게 헌혈을 해준 사람이 네가 맞는지 의심스러워. 그토록 봉사 정신이 뛰어난 사람이 여태껏 그 일을 들먹이고 있으니 말이야.” 이 말을 들은 진이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옆에 늘어뜨린 두 손은 절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두 눈에 당황함이 스쳐 지나갔지만 곧, 애써 감정을 억눌렀다. 그녀는 울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재욱아, 너 설마 잊었어? 내가 헌혈한 후, 한 달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었잖아. 반 년 동안 몸조리를 한 후에야 정상적으로 회복되었고. 네가 나와 결혼하지 않는 것은 상관없지만, 내 목숨과 바꿔서 너를 구한 사실만은 의심하지 마.” 진이나는 한껏 서러워하며 최금희의 침대에 엎드렸다. 그 모습에 최금희는 안쓰러운 듯 머리를 쓰다듬었다. “됐어. 그만 울어. 난 그 사람이 너라는 걸 알고 있어. 우리 재욱이를 구하려다가 목숨까지 잃을 뻔했었지. 내가 구해오지 않았더라면 그 사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