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장

간단한 말 한 마디에 차재욱의 눈에는 끝없는 후회로 가득 찼다. 순간, 후회의 감정이 차가운 칼날처럼 그의 마음을 도려내고 있었다. 휴대폰을 꽉 쥔 그의 손가락은 이미 하얗게 질려 있었고, 그윽한 눈동자는 붉게 달아올랐다. “콩이가 내 딸이라니…” 당시 강서현이 임신 중에 자신에게 이혼을 당하고 콩이가 어렸을 때부터 벙어리라고 욕을 먹어왔다는 생각에 차재욱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는 강서현뿐만 아니라 그의 딸도 다치게 했다. 게다가 콩이는 강서현이 석 달 동안 쓴 한약을 마신 끝에 어렵게 임산해 목숨을 걸고 낳은 아이였다. 하지만, 차재욱은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녀가 임신을 알게 된 순간, 그는 강서현에게 이혼 서류를 내밀었었다. 차재욱은 살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이토록 후회한 적이 없었다. 할 수만 있다면 그는, 자신의 심장을 도려내고만 싶었다. 차재욱은 충격에 온몸에 힘이 다 빠져 녹초가 된 채 차 옆에 몸을 기댔다. 그러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입으로는 끊임없이 콩이의 이름을 불렀다. 이 소리에 소익현이 한마디 했다. “재욱아. 네가 지금 힘들다는 것은 알지만, 바보 같은 짓은 하지 마. 서현 씨는 너 때문에 많은 희생을 했어. 당시 현승이를 빼앗았던 것처럼 콩이도 빼앗으면 안 돼. 그렇지 않으면 정말 평생 후회하게 될 거야.” 차재욱은 차갑게 비웃었다. “내가 무슨 낯으로 콩이를 빼앗겠어? 내가 먼저 두 사람을 버린 거야… 익현아. 젠장, 난 정말 인간이 아니야.” 그는 주먹을 꽉 쥐고 땅을 힘껏 내리쳤다. 그 바람에 아주 작은 돌멩이가 그의 손에 상처를 입혔다. 그 소리에 소익현은 운전을 하면서 차재욱을 진정시켰다. “차재욱. 일단 진정해. 서현 씨가 콩이의 신분을 숨긴 것은 너한테 빼앗길까 두려워서야. 그러니까 서현 씨를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도 한동안 모른 척하는 것이 좋겠어. 그렇지 않으면 서현 씨가 콩이를 데리고 떠나 다시는 찾지 못하게 될까 봐 걱정이야.” 문득, 어쩌면 정말 그럴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