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장

강서현은 자기 전에 차현승의 체온을 한 번 더 측정했다. 온도가 정상인 것을 보고 차현승은 약간 괴로워했다. 그는 참지 못하고 왜 이렇게 빨리 나았냐며 중얼거렸다. ‘매번 열이 날 때마다 2, 3일씩 괴로웠는데 왜 이번에는 이렇게 빨리 나은 거지?’ 그는 자신의 병이 다 나으면 엄마가 여동생을 데리고 그들만의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런 생각에 차현승은 강서현이 건네준 약을 몰래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러고는 에어컨 온도를 또 최저로 설정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그의 예상대로 한밤중에 그는 다시 고열이 났다. 온몸이 아파 죽을 지경이었지만, 입가에는 오히려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설마 엄마가 동생을 데리고 떠나지는 않았겠지?’ 그가 한창 의기양양해하고 있을 때, 방의 문이 갑자기 벌컥 열렸다. 강서현이 그의 침대 곁으로 살금살금 걸어오는 것을 보고 차현승은 즉시 눈을 감았다. 강서현의 차가운 손이 그의 이마에 닿았다. 마음이 잔뜩 초조해진 강서현은 애가 타 발을 동동 굴렀다. 차현승은 눈을 반쯤 뜨고 강서현이 자신의 체온을 재고 약을 먹이고 따뜻한 수건으로 몸을 닦아주는 모습을 지켜봤다. 한밤중까지 정신없이 노력한 끝에 드디어 그의 체온이 조금 내려갔다. 엄마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차현승도 마음이 아파왔다. 이런 생각에 그는 강서현의 손을 살짝 잡더니 꽉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난 괜찮아. 그러니까 동생을 데리고 이만 돌아가.” 그 말에 강서현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를 달랬다. “어서 눈감고 자자. 교장선생님한테 휴가를 냈으니까 오늘 다 같이 옆에 있어줄게.” 이 말을 들은 차현승은 마음속이 시큰거리도 했고 살짝 기쁘기도 했었다. 그렇게 연이은 고열과 시큰거리는 통증에 차현승은 피곤한 나머지 천천히 눈을 감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곤히 잠이 들었다. 강서현이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을 때 갑자기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하고 그녀는 즉시 수신 버튼을 눌렀다. “현승이 열은 좀 어때? 괜찮아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