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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그러자 강서현은 차현승을 바라보며 물었다. “현승아, 우현이는?” “장비실에서 쉬고 있겠죠.” 차현승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 말에 강서현은 이상함을 느꼈다. “네가 우현이를 안에 가둔 거야?” “그건 다 우현이를 위해서예요. 우현이는 허벅지 부상을 당했어요. 그래서 체육시간을 보는 대신, 그냥 쉬게 하려고 그런 거예요.” 차현승은 잘못을 저지르고도 아주 당당했다. 잘못을 숨기기는커녕 오히려 사악한 미소까지 짓고 있었다. 그 말에 강서현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졌다. “차현승. 우현이는 폐소공포증이 있어. 장비실은 바람이 잘 통하지 않아 자칫하다간 우현이 목숨을 알아갈 거란 거 알아, 몰라?” 강서현은 즉시 교실을 뛰쳐나갔다. 학교 건물에서 빠져나온 그녀는 운동장을 지나 장비실로 왔다. 이곳은 매우 외진 곳에 있기 때문에 물건을 가지러 오는 것이 아니면, 지나가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강서현은 체육 수업이 마지막에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두 시간만 더 일찍 수업을 들었다면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정비실을 향해 달려가면서 체육 선생님에게 연락해 열쇠를 빨리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퇴근 시간이여서 그런지 체육 선생님과는 연락이 잘 되지 않았다. 다급해진 그녀는 벽돌을 주워 장비실 창문을 깨고 난간을 밟고 안으로 들어갔다. 창문에서 뛰어내릴 때, 유리 조각에 팔을 긁히고 말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안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장우현.” 그녀가 여러 번 소리를 지르자, 가냘픈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선생님, 저 여기 있어요.”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니, 한 남자 아이가 두 손으로 머리를 끌어안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사시나무 떨 듯 몸을 떨고 있었다. 그 창백하고 작은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장우현을 발견하고, 강서현은 다급히 달려가 허리를 굽혀 그를 품에 안았다. “무서워하지 마. 선생님이 있잖아. 선생님이 널 이곳에서 데리고 나갈게.” 바로 그때, 교장이 사람을 데리고 안으로 달려왔다. “강 선생님, 아이는 어때요?” “워낙에 페소공포증이 있는 탓에 현재 심장이 좀 빠르게 뛰고 있습니다.” 그 말에 교장은 깜짝 놀라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만약 정말 무슨 일이 생긴다면, 강서현은 물론이고 교장까지 연루될 것이다. 이런 생각에 교장은 바로 뒤에 있던 경비원에게 말을 걸었다. “어서 아이를 데리고 나가서 빨리 교의에게 진찰을 받도록 해요.” 잠시 후, 경비원은 아이를 안고 의무실로 곧장 달려갔다. 강서현이 그 뒤를 바싹 따랐다. 팔뚝에서 피가 바닥에 뚝뚝 떨어지자, 교장은 그제서야 그녀의 팔에 난 상처를 발견하게 되었다. “강 선생님, 팔에서 피나요. 먼저 교의에게 팔을 치료해달라고 하세요.” 그 말에 강서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 괜찮습니다. 저보다 아이가 우선입니다. 어서 아이를 치료하게 해주세요.”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차재욱이 그녀의 손목을 꽉 움켜쥐었다. 그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귓가에 차재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피를 이렇게 많이 흘리고도 괜찮다니, 자신을 희생해 아이를 한 명 구한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 보여주고 싶은거야?” 말을 마치고, 그는 다짜고짜 강서현을 끌고 교의에게 데리고 갔다. “강 선생님부터 치료해주세요.” 4년 만에 차재욱의 손이 그녀에게 닿았다. 하지만, 강서현의 마음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자신을 이용한 것만 생각하면 마음속 깊은 곳에서 거부감만 들었다. 강서현은 차재욱의 손을 뿌리치고 한마디 했다. “나를 희생해서 아이를 구했든지 말든지 그건 내 일이야. 그러니까 신경 꺼.” 차재욱은 계속해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상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러자 문득 심장이 욱신거렸다. “강서현. 고집부리지 마. 상처가 이렇게 깊은데, 빨리 치료해야 해.” 차재욱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교의에게 서둘러 강서현을 치료해달라는 뜻으로, 그녀의 손목을 꽉 부여잡았다. 강서현의 몸부림에 교의가 다급히 입을 열었다. “강 선생님, 아이는 조금 놀라는 것 외에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잠시 누워서 안정을 취하면 됩니다. 제가 빨리 강 선생님께 붕대를 감아 드리겠습니다.” 교의는 먼저 소독약으로 강서현의 상처를 닦아주었다. 상처를 닦아내면 닦아낼 수록 괜스레 마음이 긴장되어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이를 지켜보던 차재욱이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 “왜 아직도 피가 나는 거죠? 상처가 그렇게 깊은가요?” “대표님. 강 선생님의 상처는 그렇게 깊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피가 멈추지 않는 겁니까? 일 똑바로 하지 못해요?” 차재욱의 추궁에 교의는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대표님, 강 선생님은 아마 천성적으로 혈소판이 부족하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작은 상처가 나도 피가 쉽게 멎지 않는 겁니다.” 그 말에 차재욱의 목소리는 아까보다 더 차가워졌다. “보아하니 의사 자격이 없는 것 같네요. 어서 저리 꺼지세요.” 그는 교의를 한쪽으로 밀고, 거즈를 들고 직접 강서현의 팔을 감싸기 시작했다. 강서현에게 그런 병이 있을 것이라고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재욱은 4년 동안 함께 살았는데 만약 강서현에게 정말 그런 병이 있었다면 진작에 알게 되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붕대를 감아도 피는 좀처럼 멎지 않았다. 선홍색의 피가 곧 흰 거즈를 빨갛게 물들였다. 분명히 평범해 보이는 작은 상처인데 어떻게 치료할 수가 없었다. 이런 모습에 잔뜩 당황한 차재욱은 거즈를 감으며 강서현을 달래기 시작했다. “강서현. 조금 전의 헛소리는 신경 쓸 필요없어. 너한테 어떻게 그런 병이 있을 수 있어? 아마 혈관을 건드린 게 분명해. 그래서 피를 많이 흘리고 있는 것일 거야. 일단 먼저 붕대를 감고 바로 병원에 데려가 줄게. 수혈이 필요하다면 난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어. 어차피 나랑 혈액형이 같으니까.” 그가 한창 당황하고 있을 때, 강서현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교의 선생님 말이 맞아.” 순간, 차재욱은 멈칫했다. 그는 강서현의 창백한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어릴 때부터 혈소판 수치가 정상인들보다 현저히 낮았어. 그래서 다치면 안 돼. 그렇지 않으면 피가 쉽게 멈추지 않아.” 그 말에 차재욱의 표정은 눈에 띄게 굳어졌다. “그럴 리 없어. 이런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아이를 낳을 수 없어. 그렇지 않으면 자궁 출혈로 목숨을 잃을지도 몰라. 그런데 어떻게 아들을 낳으려고 목숨까지 걸었단 말이야?” 그는 강서현이 차현승의 탄생을 얼마나 기대했는지 영원히 잊을 수 없었다. 임신 기간 내내 그녀가 가장 많이 한 말은 바로 아들은 반드시 무사히 태어날 것이고, 세 식구도 반드시 영원히 행복할 거란 말이었다. 그의 품에 안겨서 말하는 그녀의 두 눈은 반짝반짝 빛이 났었다. 삶에 대한 아름다운 동경과 그에 대한 뜨거운 사랑만 느껴졌을 뿐,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한 일말의 두려움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그녀가 정말 그런 병을 앓고 있었다면, 어떻게 그렇게 냉정할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강서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뒤에서 이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당시 서현이가 사랑에 눈이 멀었기 때문이에요. 당신이 자기를 이용한 줄도 모르고 목숨을 걸고서라도 반드시 아이를 낳으려 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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