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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그 말을 듣고, 강서현은 진이나가 그에게 고자질했다는 것을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그녀는 그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전부 다 그런 건 아닙니다. 요즘 인터넷에 싸지만 유용한 물건이 얼마나 많다고 그러세요? 하지만 그러자면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잘 봐야 해요. 물론 저 같은 쓰레기 감별 대사는 속지 않을 거지만요.” 강서현의 말에 차재욱은 상처를 입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강서현은 차재욱을 인터넷의 값싼 물건과 비교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쓰레기 감별 대사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건 차재욱이 쓰레기 같은 남자라고 돌려서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말에 차재욱은 화가 치밀어 올라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강선생님께서는 그렇게 능력이 뛰어나시니, 제 전처 좀 봐주세요. 이혼한 지 4년이 되었는데도 친자식한테 눈길도 주지 않는 여자는 어떤 등급의 쓰레기인지요.” “먼저 저한테 대표님의 전 처가 왜 대표님을 떠난 건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그녀가 그동안 어떤 일을 겪었는지 잘 알고 계신가요? 제가 알고 있는 한, 아이와 이별을 할 때 슬퍼하지 않는 어머니는 단 한 명도 없을 겁니다. 가족이 그녀를 먼저 배신하지 않는다면요.” 강서현이 말했다. 그 말에 차재욱의 머릿속에는 강서현이 차씨 가문을 떠날 때 한껏 괴로워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는 주먹을 불끈 쥐며 대답했다. “하지만 아무리 저를 미워해도 아이는 죄가 없잖아요.” “대표님, 우리 여자들은 어머니이기 전에 먼저 독립된 개인으로서 자신을 아끼고 존중해야 합니다. 건강하지 못한 결혼 생활에 직면했을 때, 여성은 아이와 모성애에 의해 자신을 잃어버려서는 안 됩니다. 대표님 전 와이프 분 한테도 선택의 권리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강서현은 온화하고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마치 그 사람은 자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처럼 대했다. 차재욱은 잠시 이런 강서현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녀는 줄곧 결혼 생활과 아들에 대한 애정이 깊어, 가족을 사랑하고, 아들을 더욱 사랑했었다. 아무리 4년이란 시간이 지났다고 하지만, 이렇게 냉담해질 수 없는 노릇이었다. 차재욱의 검은 눈동자에는 순식간에 불길이 치솟았다. 그는 강서현의 표정에서도 약간의 분노를 찾으려고 했었다. 그녀가 조금이라도 화를 낸다면 그는 이렇게까지 불쾌하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강서현의 얼굴에는 노기는커녕 그저 밝고 온화한 미소만을 띠고 있을 뿐이었다. 순간, 차재욱의 마음은 무언가에 찔린 것처럼 아파왔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강서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현승이를 용서할 수 있겠어? 현승이는 지금 모성애 부족으로 인해 성격이 점점 더 괴팍해져. 이대로 가다가는 애를 망칠까 봐 걱정이야.” “이게 바로 당신들이 원하는 결과 아니야? 나와 현승이 관계를 이간질하고, 나랑 이혼한 다음 현승이와 그 어떤 연락도 하지 못하게 막는 거. 그게 당신들 목적이잖아. 목적을 이루었으니 기뻐해야 하지 않아?” “강서현. 굳이 그렇게 하나 하나 따져야겠어? 현승이는 네 아들이야. 너도 현승이가 오만하고 횡포를 부리는 아이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겠지.” “그건 당신 일이야.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어. 차씨 가문을 떠난 날부터 현승이는 내 아들이 아니니 제발 이 현실을 직시했으면 좋겠어.” 강서현은 가장 부드러운 말투로 가장 야속한 말을 했다. 차재욱은 한동안 이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도대체 이 여자의 마음은 무엇으로 만들어졌단 말이야? 돌보다 더 단단한 것 같네.’ 차재욱은 이를 꽉 악물었다. “지금 현승이는 당신 학생이니, 전의 사건들로 현승이를 난처하게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그 말에 강서현은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걱정하지 마. 난 모든 학생을 다 공평하게 대할 거니까. 그럼 다른 볼 일이 없다면 난 이만 수업하러 가볼게.” 말을 마치고, 그녀는 곧장 교실로 들어가 문을 쾅 닫았다. 한편, 차재욱은 그저 복도에 서서 작은 창문을 통해 강단에 서 있는 강서현을 빤히 바라보았다. 자신감이 넘치는 그녀에게서 친화력이 물씬 느껴졌다. 마치 그때의 그녀처럼. 그는 줄곧 강서현이 변했다고 생각했다. 냉정하고, 매정하게 말이다. 하지만 이제서야 사실 강서현은 변한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변한 것은 그와 아들에 대한 태도일 뿐, 그녀는 다른 사람들에게 여전히 온화하고 다정했다. 이런 생각에 차재욱은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떨려왔다. 마치 무엇인가가 그의 몸에서 벗겨져 나오고 있는 것 같았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그 느낌에 그는 약간 어리둥절했다. 같은 시각, 교실 안. 강서현은 수업 첫날이기 때문에 먼저 자기소개를 한 후 출석을 부르기 시작했다. 차현승을 불렀지만, 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차현승은 마치 황태자처럼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다리를 꼬고 팔짱을 낀 상태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때, 차현승의 짝꿍이 그를 쿡쿡 찌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현승아, 선생님이 부르셔.” 그러자 차현승은 그를 노려보았다. “나도 귀 안 멀었어.” “그런데 왜 ‘네’라고 외치지 않는 거야?” “외치기 싫어서. 왜? 네가 상관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그 말에 짝꿍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의기소침하게 자리에 앉아 있었다. 강서현은 차현승 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그저 명단만 내려다보았다. “차현승 학생은 우리 반에 없는 거야? 만약 그렇다면 명단에서 이름을 지우고, 다음 달 올림피아드 시합에 참가하지 못하게 할 거야.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양보해야 해.” 그 말에 차현승은 더 이상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그는 장난이 심한 편이긴 하지만 올림피아드에 나가는 것을 아주 좋아했다. 대회에서 대상을 받아 그 여자에게 자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가 자신을 버린 것을 후회하도록 만들고 싶었다. “전 여기 있는데 안 보여요?” 그의 도발에도 강서현은 화를 내지 않고 한마디 했다. “네가 차현승이야? 만약 그렇다면, '네'라고 대답하도록 해. 그렇지 않으면 없는 것으로 처리할 테니까.” 부드러운 그녀의 목소리에는 위엄이 깃들어있었다. 그 바람에 차현승은 저도 모르게 자세를 바르게 했다. 강서현이 다시 한번 그의 이름을 부르자, 그는 마지못해 '네'라고 외쳤다. 강서현은 그저 그런 그를 한 번 쳐다보았다. 결코 그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그저 다른 학생들을 대하듯 고개만 살짝 끄덕였을 뿐이었다. 차현승은 자신의 친어머니에게 무시를 당하자 속으로 화가 치밀어 올라 강서현을 빤히 노려보았다. 이 화를 도통 어디에 풀 길이 없었다. 바로 그때, 교실 문 앞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생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강서현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문 앞에 마른 체형의 남자 아이가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강서현은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로 다가갔다. “장우현 학생?” “네. 선생님.” “다음부터는 늦지 않도록 주의해. 자리로 돌아가봐.” 장우현은 아주 예의 바르게 강서현을 향해 인사를 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꼭 그럴게요.” 그는 다리를 절뚝거리며 제자리로 갔다. 그 모습에 강서현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바로 물었다. “다리는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저 아까 버스를 쫓아가다가 넘어진 것 뿐이에요.” 장우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강서현은 일찍이 반 아이들의 상황을 알아본 적이 있었다. 그녀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장우현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편이었다.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중병으로 병상에 누워계신다. 때문에 장우현은 고작 여덟 살의 나이에 가정의 무거운 짐을 짊어져야만 했다. 그는 아픈 어머니를 간병하는가 하면 매일 한 시간씩 버스를 타고 학교에 와 수업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머리가 아주 좋은 편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천재 반에 뽑힐 리가 없을 것이다. 강서현도 고아원에서 자랐기 때문에, 이러한 역경 속에서 지내는 아이들을 보면 가슴이 몹시 아파왔다. “선생님한테 반창고가 있는데 하나 붙여줄까? 물에 젖지 않게 조심해.” 강서현은 조심스럽게 상처를 닦아주고 캐릭터 무늬가 들어간 반창고를 붙였다. 그러자 장우현은 아주 기뻐하며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천만에. 자, 이제 수업을 진행하도록 할게.”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에 차현승은 주먹을 불끈 쥐며 참지 못하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자기 아들은 나몰라라하더니 다른 집 아이는 왜 저렇게 신경을 쓰는 거야? 저런 엄마가 세상에 어디있어?” 그는 강서현과 그녀의 특별한 보살핌을 받는 장우현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눈빛은 질투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곧, 하교 시간이 다가왔다. 강서현은 대열을 정리할 때 한 사람이 없어졌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장우현은 어디 갔지?” 그때, 누군가 손을 들어 한마디 했다. “선생님, 우현이는 체육시간에 현승이랑 함께 장비실에 공을 가지러 갔다가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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