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장

‘그래서 지금 저렇게 참회하고 있는 것일까? 당시 진이나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나와 이혼한 것을 후회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생각에 강서현은 입술을 오므렸다. 차재욱이 어떤 행동을 한다고 해도 그녀의 마음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을 것이다. 그 남자가 그녀에게 준 상처는 평생 지울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어둠이 내려앉은 야심한 밤, 차현승이 너무 보고 싶어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었던 그날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불당 앞에 무릎을 꿇고 울면서 부처님께, 왜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버렸는지 물어봤던 그날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강서현은 베란다에 서서 차가운 눈빛으로 차재욱을 바라보았다. 4년 전 장면이 다시 머릿속에 떠올랐다. “서현아. 죽으면 안 돼. 넌 비록 부모님도, 아들도 잃게 되었지만 나랑 이준 씨가 있잖아. 그러니까 더 이상 이러지 마. 응?” “서현아. 계속 이렇게 고집부리다가는 뱃속의 아기한테 나쁜 영향을 미칠 거야. 너도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병원 신세를 지는 것을 바라지 않겠지?” “강서현 씨, 콩이는 가벼운 자폐증을 앓고 있습니다. 이는 콩이를 가졌을 때 서현 씨가 우울증에 걸렸던 것과 관련이 깊어요.” 이런 생각에 강서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차재욱이 아니었다면 그녀의 인생은 그렇게 많은 고난이 없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눈앞의 남자가 초래한 것이었다. ’빗속에 서 있으면 죄가 씻긴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저 미안하다고 말하면 내가 용서해줄 줄 알았나봐?’ 강서현은 속으로 비아냥거리며 차가운 시선으로 차재욱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가차없이 창문을 닫았다. 차재욱은 강서현이 자신을 발견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창문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그는 강서현이 밖으로 내려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그녀는 창문을 닫고 매정하게 뒤돌아섰다. 마치 그를 발견하지 못한 것처럼 말이다. 비는 갈수록 거세졌다. 사나운 폭풍우가 차재욱을 집어삼키고 말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복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