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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장

그 문자에 강서현은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답장을 보냈다. [아니. 이준 씨랑 같이 가면 돼. 번거롭게 그럴 필요 없어.] 강서현의 답장에 차재욱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의 문자 하나하나에는 차가운 기운이 배어 있었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난 후부터 강서현은 마치 고슴도치처럼 그가 다가가려고 할 때마다 온몸을 곤두세워 가시를 들어내곤 했다. 아마 본능적으로 차재욱을 자신을 해치는 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얼마나 깊은 상처를 받았길래 나를 이렇게 경계하는 거야?’ 차재욱은 씁쓸한 표정으로 입술을 오므렸다. [알았어. 주소 보내줄게.] 퇴근 후, 강서현은 이준과 함께 콩이를 데리고 김 박사의 집으로 찾아갔다. 김 박사의 집에 도착하자, 차에 몸을 비스듬히 기댄 채 서 있는 차재욱의 모습이 보였다. 차재욱은 그들을 발견하고, 서둘러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버리고 그들을 향해 걸어왔다. 이준이 콩이를 안고 있는 모습에 그는 마음속으로 이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 하지만, 이내 애써 감정을 억누르고 강서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김 박사님께서는 독일어를 사용하셔. 행여 알아듣지 못해 콩이의 병세에 대해 잘 파악하지 못할까 봐 걱정돼 찾아온 거야.” 강서현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마음은 고맙지만 이준 씨는 어릴 때부터 독일에서 자랐기 때문에 독일어를 당신보다 훨씬 더 잘할 거야. 그러니까 그런 걱정은 전혀 할 필요가 없어.” 어설픈 변명에 자신의 속마음이 들통났음에도, 차재욱은 전혀 난감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왕 온 거 같이 들어가봐도 되지? 혹시 내가 도울 일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늘 과단성 있게 직원들을 지시하던 강진 그룹의 대표가 이렇게 굽실거리는 것을 보고 이준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 했다. “제 딸을 위해 이렇게 신경 써줘서 고마워요. 나중에 술이나 한 잔 하시죠.” ‘제 딸’이라는 말에 차재욱은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는 이준과 강서현 사이에 이렇게 예쁘고 귀여운 딸이 있다는 사실에 질투를 하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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