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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그 말에 강서현은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녀의 입가에는 아직 가시지 않은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그렇게 의심스러우면 콩이의 머리카락을 줄 테니까 가서 직접 유전자 검사를 해보는 건 어때?” 그의 당당한 모습에, 차재욱은 마음속에 왠지 모를 상실감과 불신이 피어올랐다. “우리가 이혼한 지 4년 밖에 안 됐어. 그런데 콩이는 이제 세 살이고. 네가 그렇게 빨리 다른 남자를 찾았다고? 내가 알고 있는 강서현은 그런 여자가 아니야.” 차재욱은 강서현을 순애보라고 생각했다. 그 당시 그녀는 그를 그렇게 사랑했는데, 어떻게 다른 남자와 그렇게 빨리 아이를 낳을 수 있단 말인가? 차재욱의 그 말에 강서현은 피식 냉소를 터뜨렸다. “당신은 내가 떠난 지 일주일도 채 안 돼 진이나와 약혼을 했는데 왜 나는 다른 남자를 만날 수 없단 말이야? 설마 내가 너를 위해 옥처럼 몸을 사리길 바라는 거야? 차재욱. 나한테 그럴 의무는 없어.” 그 말에 차재욱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지금 나한테 복수하는 거야?” “넌 그럴 가치가 없어.” 그 말을 들은 차재욱은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러다가 그윽한 눈동자에 은근한 물결이 일었다. “만약 그 남자가 정말 너를 사랑한다면, 왜 자기 아이를 가진 너랑 결혼하지 않은 거야? 이건 너무 무책임한 행동이야.” 강서현은 재빨리 그의 말을 반박했다. “당시 내가 네 아이를 임신해서, 넌 나와 결혼해주었었지. 하지만 결국엔 나를 배신했잖아. 그런 네가 여기서 다른 사람을 비난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 말을 마치고, 그녀는 콩이를 품에 안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차재욱은 강서현의 세 식구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는 이제 강서현이 더 이상 자신에게 애정이 없어졌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녀의 모든 사랑과 부드러움은 눈앞의 남자의 것이었다. 이런 생각 때문인지 차재욱의 가슴속 응어리는 점점 무거워졌다. 한편, 이준은 강서현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은 것을 보고 곧바로 그녀에게 물 한 잔을 건네주었다. “다른 레스토랑으로 갈까?” “아니. 같은 도시에 살고 있다면 더 당당하게 행동해야지. 어차피 조만간 직면하게 될 거니까.” “하지만, 그는 이미 콩이의 신분을 의심하고 있어. 만약 그가 정말로 유전자 검사를 한다면 또다시 콩이의 양육권을 놓고 너랑 경쟁할까 봐 걱정 돼. 그가 당시 너한테서 어떻게 현승을 빼앗았는지 잊었어?” 그 말에 강서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처음에 그녀는 차현승과 사이가 아주 좋았었다. 차현승 역시 그녀의 말을 잘 들었었고. 하지만, 그가 유치원에 입학하자 그녀의 시어머니인 강서현의 일이 너무 많다는 핑계로 자기가 아이를 맡아주겠다고 나섰었다. 그 당시 그녀는 완성해야 할 큰 프로젝트가 있어서 두 달 동안 출장을 가야 했었다. 그래서 아무 의심없이 그녀의 제안을 허락했었다. 하지만 그녀가 출장에서 돌아온 후, 그녀는 차현승이 진이나와 사이가 아주 가까워졌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었다. 심지어, 차현승은 오히려 그녀를 미워하기까지 했었다. 그러다가 차재욱이 건네 준 이혼 합의서를 보고 나서야 그녀는 문득 깨달았다. 그녀를 도와 아이를 돌보는 것은 그저 자신을 속이는 것일 뿐, 사실 진짜 목적은 두 모자 사이를 이간질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진이나를 차재욱의 옆자리에 앉히기 위해, 그들은 그녀를 속이고 차현승과 사이가 틀어지게 만들어 결국엔 원수지간이 되도록 했었다. 그래서 두 사람이 이혼할 때, 그녀에게는 차재욱과 양육권을 다툴 자격조차 없었다. 차현승이 아예 차재욱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 생각만 하면, 강서현은 아직도 마음이 아파왔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으니 그녀는 이미 마음속의 상처가 다 나은 줄 알았었다. 하지만 막상 사실과 마주했을 때, 그녀는 자신의 마음은 여전히 두꺼운 먼지로 뒤덮여 있을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먼지가 날아갔어도 아물지 못한 상처는 여전히 아파왔다. 강서현은 콩이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아니, 방금 그렇게 태연하게 대응했으니 아마 조사하지 않을 거야. 오히려 숨기면 숨길 수록 그의 의심을 자아낼 뿐이야.” 이준은 잘게 쓴 스테이크를 그녀의 접시에 담아주며 말했다. “그러길 바라야지. 콩이의 병이 다 낫게 되면 우리는 바로 이곳을 떠나면 돼.” 세 식구가 함께 오손도손 앉아있으니, 그 분위기는 아주 화목해보였다. 남자는 여자에게 음식을 집어주거나, 옆에 앉아있는 딸을 돌보았다. 그 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어도 행복한 기운이 물씬 풍겨왔다. 차재욱은 무심코 강서현 쪽을 힐끔 쳐다보았다. 나이프와 포크를 들고 있던 그의 손이 새하얗게 질려왔다. 그는 강서현이 이미 예전 두 사람의 혼인 생활에서 벗어났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현재는 아주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이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가슴이 답답해진 차재욱은 담배를 피우려고 막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뒤에서 진이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재욱아.” 뒤를 돌아보니 진이나가 뒤에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맞은편에 앉아 있던 차현승은 바로 진이나의 품에 안기며 친근한 모습으로 말했다. “이모. 제가 이모가 가장 좋아하는 새우볼을 주문했어요.” 그 말에 진이나는 활짝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뽀뽀를 했다. “어쩜 이렇게 착해? 이러니 내가 어떻게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자, 너한테 주려고 사온 최신 장난감이야. 어때? 마음에 들어?” “네. 마음에 들어요. 이모가 사주는 건 다 마음에 들어요.” 차현승은 일부러 강서현 쪽을 바라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관심을 끌려고 그런 게 분명했다. 하지만 강서현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쪽을 보지 않고 오로지 딸을 돌보는데만 집중했다. 이런 그녀의 행동은 차현승의 기분을 아주 불쾌하게 만들었다. 그는 화가 잔뜩 나 진이나를 자기 옆으로 끌어당겼다. “이모. 이모가 아빠랑 결혼하면 이모는 제가 가장 사랑하는 엄마가 될 거예요.” 이 말에 감동한 진이나는 차현승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난 반드시 하늘 아래 최고의 엄마가 될 것을 약속해.” 그녀는 차재욱 곁으로 다가와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바로 차재욱에게서 이전의 무뚝뚝함과는 다른, 왠지 모를 카리스마가 풍겨온다는 것을 눈치챘다. “재욱아, 왜 그래? 혹시 또 현승이 학교에 다녀온 거야? 아이들이 장난을 치는 건 아주 정상적인 일이야. 그러니까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 진이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차재욱은 그녀를 매몰차게 흘겨보았다. “앞으로 무엇이든 오냐오냐하지 마. 그러다 버릇없어져. 지금도 봐. 현승이가 어떻게 변했는지. 수업시간에 선생님과 말썽을 피우고, 친구들과 싸우고, 일주일에 세 번이나 학부모 상담을 다녀왔어.” 그 말에 진이나는 서둘러 그를 달랬다. “알았어. 앞으로 더욱 신경 쓸게. 그러니까 화내지 말고 빨리 밥 먹어.” 말을 마치고, 그녀는 차재욱의 팔을 잡아당겨 그의 손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웬걸? 차재욱은 그녀의 손길을 휙 피하고 말았다. 강서현과 차재욱, 두 테이블의 거리는 아주 가까웠기 때문에 강서현은 그들이 말하는 소리까지 전부 들을 수 있었다. 이건 진이나가 강서현에게 일부러 과시한 것이었다. 그녀의 아들과 자신의 사이가 얼마나 가까운지, 이제 그녀의 남편이 자신의 약혼자가 되었음을 그녀에게 보란듯이 알려준 것이다. 만약 예전이라면, 강서현은 분명히 아주 화가 났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그녀의 이런 수법이 유치하다고만 생각했다. 그때, 콩이가 실수로 음료수를 그녀에게 쏟았다. 잠시 후, 강서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에 가려고 했다. 그녀가 막 몸을 돌렸을 때, 뒤에서 자신을 향해 미소를 짓고 있는 진이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입가에는 승자의 미소가 어려있었다. “강서현? 오랜만이야. 별일 없어?” “덕분에 잘 지내고 있어.” 강서현은 냉랭하게 한마디했다. “이런 상황에 애써 쿨한 척 할 필요없어. 네 남편과 아들이 현재 나랑 이렇게 잘 지내는데, 정말 조금도 화가 나지 않는다고?” 강서현은 휴지를 쓰레기통에 버린 다음 천천히 말을 꺼냈다. “내가 왜 화를 내야 해? 네가 나를 도와 쓰레기를 수거해 줘서 오히려 고마울 따름이야.” “강서현. 내가 재욱이랑 결혼하면 네 아들은 곧 나를 엄마라고 부를 텐데 그때도 그렇게 우쭐대는지 어디 한번 지켜보겠어.” 그 말에 강서현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여기서 나를 비웃을 시간에 차재욱이랑 결혼을 하는 게 낫지 않겠어? 이혼한지 4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결혼하지 않을 걸 보면 차재욱은 어쩌면 너한테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닐까?” 강서현의 도발에 진이나는 화가 나서 이를 꽉 악물었다. “그러는 넌? 넌 너한테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 설마 정말 술에 취해, 취기 때문에 아이가 생긴 줄 아는 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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