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2장
여자의 낯빛이 일순 싸늘하게 식어갔다.
“여긴 왜?”
휠체어를 밀고 들어온 진이나의 입가에 기분 나쁜 미소가 걸려있었다.
“너 보러 왔지, 여사님이랑 차재욱이 여기 살다시피 한다며? 보신탕에 도시락까지, 아주 부지런하네들. 그래서 두 사람 용서하려고?”
“네가 알 바는 아닌 거 같은데?”
“하, 강서현, 네가 안타까워서 그러잖아. 네 타고난 재능으로 디자인 업계 탑도 찍을 수 있었는데 고작 그 은혜 때문에 내 총알받이나 되고, 결국 화필도 다시 못 들게 됐잖아. 평생 그 꿈은 못 이룰 텐데 아까운 인재 하나 버렸네.”
강서현은 화를 내는 대신 차분하고 담담하게 진이나를 쳐다봤다.
입매를 보기 좋게 끌어 올린 채로.
“그림 그릴 수 있는 능력은 잃었어도 네가 평생 못 가질 남자는 가졌잖아. 게다가 우리한텐 귀여운 자식이 둘이나 있는데 넌? 차재욱 가지겠다고 네 두 다리에 엄마가 될 기회까지 내바치더니 빈털터리가 됐네? 네가 너무 미련해 보이진 않니?”
진이나의 얼굴이 삽시간에 우그러졌다.
“야 강서현, 으시대지 마. 차재욱이 너한테 잘해주는 게 뭐 어때서? 네 손 그렇게 만든 거 차재욱이잖아.
4년 전에 침술에 용한 명의 찾아달라고 부탁했지? 그때 내 다리 치료해 주고 계셨거든, 차재욱은 누가 방해하기라도 할까 봐 소식까지 다 끊어버렸어.
그게 다 차재욱이 사례를 넉넉히 해서겠지, 다른 사람 진료는 일체 금지하고 나만 치료해 주게 했거든.
서현아, 네 손 말이야. 조금이라도 일찍 치료했으면 그 지경은 안 됐을 거야. 그러니까 내 말은 이게 다 차재욱 짓이라고, 그럼 죽도록 미워해야 하는 거 아닌가?”
강서현의 손마디가 파르르 떨려왔다.
아직도 생생하다, 차씨 집안에서 나와 생존을 위해 침술 장인을 찾았던 그때의 기억이.
그 분이 아니면 그 누구도 못 고칠 거라는 게 주치의의 소견이었다.
찾기도 힘든데다 진료비 역시 어마어마했다.
거금을 들여 찾아달라 부탁했건만 한참이 지나 돌아온 소식은, 누군가 명의를 2년이나 단독 고용해 그동안은 진료가 불가하다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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