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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장

주말 아침, 꼭두새벽부터 강서현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한다. 비몽사몽 통화 버튼을 누르니 차재욱의 낮게 깔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현아, 내가 국제 유치원 한 군데 봐뒀거든? 시설도 좋고 중요한 건 외국인 친구들이라 한국어가 좀 서툴어, 콩이한테 크게 부담도 안 될 거고 영어도 배울 수 있어서 좋을 거 같은데. 괜찮으면 오늘 우리 애 데리고 가보자.” “그래, 주소 알려줘. 바로 갈게.” 같이 가는 걸 싫어하는 듯한 말투에 차재욱이 미간을 찌푸렸다. “서현아, 콩이 가족 흩어졌다는 거 선생님들한테 다 알리고 싶어? 그럼 하루 종일 뒤에서 험담만 할 거야.” “사실이잖아, 언젠간 받아들여야 돼.” 재욱이 유한 말투로 타일렀다. “이제 막 유치원 가는 애라 적응 못하는 부분이 많아. 가뜩이나 예민한데 원한 내려두고 밖에선 좋은 분위기 보여주면 안될까?” 산산조각 나버린 가족의 존재가 아이에게 얼마나 큰 타격을 주는지 안다. 그렇다고 아이들을 위해 차재욱과 재결합은 도저히 못하겠는데. 서현이 한참을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선은 지켜.” 동의를 받아낸 차재욱의 입가에 일순 미소가 걸렸다. “그래, 선 지킬게. 애들 데리고 갈 테니까 기다려.” 통화를 마치고 아이들 방으로 온 차재욱의 얼굴에선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차현승이 또 참지 못하고 아빠를 놀려댔다. “환하게 웃는 거 보니까 엄마가 동의했나 보네?” 남자가 허리 숙여 아이의 이마에 뽀뽀를 했다. “아주 똑똑해, 이건 상이야.” 차현승이 인상을 찌푸리고 이마를 벅벅 닦았다. “언제라고 아직도 뽀뽀를 해, 창피하게.” “엄마가 해줄 땐 엄청 좋아하더니.” “그건 다르지, 난 엄마 좋아하니까.” “그럼 아빤 싫다는 소리야?” “난 엄마한테 잘해주는 사람만 좋아해.” 차재욱이 싱긋 웃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빠가 약속할게, 이젠 엄마한테 잘해줄 거야. 옷 갈아입고 엄마랑 데이트하러 가자.” 데이트라는 말에 연신 손뼉을 마주치는 콩이다. “엄마랑 데이트, 아빠는 엄마 사랑해.” 콩이를 품에 안은 그가 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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