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6장
그제야 강서현의 시선이 차재욱에게로 옮겨갔다.
그는 평소 선호하던 블랙이 아닌, 하늘색 셔츠에 회색 슬랙스를 입고 있었다.
무심하게 풀어 헤친 앞섶 사이로 하얀 쇄골이 언뜻언뜻 드러났다.
일순 넋 나간 듯 자리에 멈춰선 서현이다.
차재욱 생일날 그녀가 선물해 줬던 옷이라는 걸 모를 리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생일날 밤, 차재욱은 똑같은 차림으로 강서현과 분위기 있는 저녁 식사를 했다.
그 뒤엔 차를 타고 별똥별을 보러 산꼭대기로 갔었다.
아쉽게도 별똥별은 커녕 작정하고 덤비는 남자만 시야에 가득 찼다.
그렇게 둘은 차 안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적요한 산꼭대기, 형형히 빛나는 별빛과 뜨거운 숨결을 나누던 두 사람.
그건 강서현에겐 이색적인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그땐 세상에 저만큼 행복한 여자가 없는 줄 알았다. 이렇게 사랑해 주는 남편에 똑똑하고 철든 아들까지 있으니까.
이 모든 게 어느 날엔가 물거품이 될 줄도 모른 채.
그때의 기억이 머릿속을 헤집어 가슴이 욱신거린다.
서현은 곧바로 재욱에게서 시선을 떼 콩이를 바라봤다.
“가자 우리, 선생님 기다리시겠어.”
결국 원하는 답을 듣지 못한 차재욱이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뒷좌석으로 간 그가 차문을 열었다.
“콩이한테 유아용 카시트 설치해 줬어. 현승이랑 같이 앉게 하고 넌 조수석으로 와.”
망설이는가 싶던 서현은 콩이를 카시트에 앉힌 뒤 조수석으로 다가왔다.
차에 시동을 거는 순간, 차재욱의 입꼬리가 어디까지 치솟았는지 모른다.
곁엔 사랑하는 여자가, 뒤엔 귀여운 아이들이 있어서.
이거야말로 그가 꿈에만 그리던 장면 아니었던가.
백미러를 통해 아이들을 바라봤다.
“얘들아, 잘 잡아, 출발한다.”
콩이가 활짝 웃으며 손뼉을 쳤다.
“출발!”
차재욱 역시 어린 아이처럼 들뜬 상태로 콩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밥 먹고 오빠랑 돌고래 보러 가자, 알겠지?”
“좋아 좋아, 오빠 사랑해.”
아이가 금세 오빠를 끌어안고 볼뽀뽀를 했다.
재욱이 이번엔 곁에 있던 서현에게 시선을 돌렸다.
“콩이가 널 닮아서 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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