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0장
다정하게 코트를 벗어준 이준이 차재욱에게 목례를 건넸다.
“차 대표님 쾌차하시길 바라며 아이들은 저희가 데려가겠습니다. 보고 싶으시면 그때 다시 데리고 올게요.”
나긋한 음성이며 차분한 표정까지.
강서현의 곁에 서있는 그는 조신하고 단아한 여자와 제법 잘 어울렸다.
그제야 현실을 직시하는 차재욱이다.
강서현과 이준은 약혼한 사이다.
그와 강서현 사이에 더는 가능성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언가에 갈기갈기 찢기는 듯한 심정이었다.
주먹을 꽈악 말아쥐니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맻힌다.
새까만 눈동자가 강서현과 이준의 모습으로 가득 찼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눈이 따끔거린다.
지그시 바라보던 차재욱은 젖 먹던 힘까지 다해 겨우 한마디 내뱉었다.
“강서현, 축하해.”
달갑지 않더라도 받아들여야만 하는 현실이었다.
강서현은 이제 이준의 약혼자다.
애달픔을 숨기려 그가 콩이한테로 시선을 옮겼다.
고맙다는 말을 끝으로 강서현은 아이들과 함께 병실을 떠났다.
문이 닫기는 순간, 참아왔던 감정들이 강둑 터지듯 밀려들어왔다.
흘러내린 눈물을 감추려 팔로 눈을 가리고 있는 모습에 최금희가 한숨을 내뱉었다.
“재욱이 너도 봤지, 강서현은 너한테 마음 같은 거 없어. 사랑하는 사람 찾았으니까 너도 더는 자책하지 마.
이나랑 결혼해야지, 걔가 네 운명의 짝인데. 네 목숨 두 번이나 구해준 애한테 너무 모질게 굴지 말아라. 너 수술한다는 말 듣고 반나절 넘게 울었던 애야, 와서 너 간호하겠다고 고집 부리던데 어차피 결혼할 바엔 그냥 오게 내버려 둬.”
가뜩이나 성가시던 차재욱은 그 말에 더욱 인상을 구겼다.
“데려오면 저 당장 퇴원할 거예요.”
“얘, 좀 진정해. 안 데려오면 될 거 아니야, 대신 너희들 결혼식도 당장이니까 이젠 준비 해야지.”
아무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머릿속이 온통 이준과 떠나던 강서현의 모습 뿐이다.
약혼식이라는 의미 있고 행복한 날을 둘은 과연 어떻게 보낼까?
4년 전 그와 강서현처럼?
중요한 날일 때마다 밤새 뒤척이던 그때처럼?
형용할 수 없는 통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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