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7장
최금희가 현실을 받아들이는 데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손자 하나가 아니라 손녀도 있었구나.
강서현에게 안긴 상처는 진작 잊은 채, 차재욱의 팔을 끌어당겨 밖으로 나갔다.
“아들, 우리 손녀 좀 보러 가자. 어쩐지 이목구비가 눈에 익다 했어, 우리 집안 피가 흐르는 거였네. 그럼 절대 남한테 넘겨선 안되지, 어떻게든 우리 집으로 데려와야지.”
분에 겨워 차재욱이 힘껏 팔을 뿌리쳤다.
눈가에선 비통함과 원망이 섞여 나왔다.
“어머니가 무슨 자격으로 콩이를 데려와요? 우리가 먼저 버렸잖아요, 그 바람에 어려서부터 자폐증 앓으면서 벙어리라 놀림만 받았대요. 우리 때문에 그렇게 됐는데 대체 무슨 자격으로요?”
최금희도 덩달아 눈시울을 붉혔다.
“미안하다, 다 내 잘못이야. 내가 지금 바로 강서현한테 가서 사과할게. 재욱아, 걔더러 애들 데리고 딴 남자한테 시집 가게 해선 안돼. 우리 핏줄이잖아, 너 운수대통하게 해주는 딸이라며.”
“할 거면 사과만 하세요. 현승이 가로챘던 것처럼 콩이까지 뺏으려 들면 그땐 저도 어머니 용서 못해요.”
최금희가 아들의 손목을 붙잡고 흐느끼며 고개를 저었다.
“절대 그럴 일 없으니까 걱정 마, 사과하러 가는 참에 우리 손녀 얼굴이라도 보려는 거야.”
이건 어머니가 벌인 일이다, 그러니 강서현의 용서를 받아내려면 꼭 찾아가야만 한다.
아침에 눈을 뜬 강서현은 그제야 차재욱이 보낸 문자들을 확인했다.
눈길조차 주지 않고 삭제 버튼을 누른 뒤, 아침 준비를 위해 주방으로 갔을 때였다.
초인종이 울렸고 이를 닦던 콩이가 마침 문을 열어줬다.
아이 앞엔 아빠, 그리고 엄마와 싸웠던 할머니가 서있는다.
화들짝 놀라 몸을 튼 콩이가 안으로 내달리며 웨쳤다.
“엄마, 나쁜 사람.”
주방에서 걸어나온 강서현의 얼굴도 순식간에 온기를 잃었다.
목소리는 건조하고 서늘하기 그지 없었다.
“여긴 두 사람 안 반기니까 가세요.”
천천히 곁으로 다가온 최금희가 곧장 손을 붙잡고 오열하기 시작했다.
“서현아 미안하다, 엄만 이혼할 때 네가 콩이 품고 있었는지 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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