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5장
서현은 휴대폰을 손에 든 채 창가에 서있다.
어느덧 가을 바람이 제법 쌀쌀하다.
4년 전 차씨 가문을 떠나올 때의 칼바람은 아니지만 마음은 얼음장처럼 차갑다.
차재욱에게 남은 신뢰가 티끌만큼도 없다.
그땐 그를 철석같이 믿었기에, 평생 저만 사랑하며 진심을 내바칠 줄 알았기에 등에 칼을 꽂으리란 건 상상도 못했다.
당하고 나니 그제야 정신이 번뜩 들었던 거다.
칼에 베인 듯 쓰리고 욱신거리던 그때의 고통은 그녀만이 안다.
그걸 잊을 수가 없어서, 제게 상처를 안긴 이 남자를 영영 믿을 수 없어진다.
문자를 삭제한 서현이 침대에 누워 눈을 지그시 감았다.
마음을 가다듬자, 더는 일상이 흐트러지지 않게.
다짐이 무색하게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뒤척이며 잠에 들지 못하는 사이, 차재욱이 연속 문자를 보내왔다.
[서현아, 나 지금 가는 길이야. 나 가면 그때 다시 결정하면 안될까?]
[진이나랑 결혼할 생각은 한 번도 없었어, 꼭 파혼할 거니까 나 믿어줘.]
[콩이한텐 완전한 가족이 필요해. 이준이랑 같이 있어봤자 호전엔 별 도움이 안된다고, 그러니까 나한테 한번만 기회를 주라 응?]
이준과는 결혼하지 말라는 차재욱의 애원이 담겨있었다.
한 글자마다엔 잘못을 인정하며 용서를 구하려는 마음이 가득했다.
강서현은 내용을 읽지도 않은 채, 곧바로 문자를 지웠다.
휴대폰을 끄고 잠을 청하는 그녀다.
내내 답장을 받지 못한 차재욱은 가시방석에 앉은 듯 조마조마하다.
혹여 한 순간이라도 놓칠까, 그는 눈 한번 깜빡이지 않은 채 화면을 주시했다.
애석하게도 감감무소식이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연락을 했지만 전화기가 꺼졌다는 음성 메시지가 들려왔다.
불길한 마음에 차현승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참만에야 아들의 딱딱한 음성이 들려왔다.
“무슨 일이에요?”
차재욱의 목소리에서 다급함이 묻어나왔다.
“현승아 엄마는? 엄마는 어때?”
동생이 깨기라도 할까, 조심스레 욕실로 온 차현승이 그를 나무랐다.
“이제 와서 관심해 줘요? 큰일 날 뻔했다는 거 몰랐냐고요.”
“대체 지금 어떤 상황이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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