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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콩이는 강서현을 발견하고 그녀에게 바로 달려들기는커녕 작은 두 손으로 차재욱의 목을 꼭 껴안았다. 강서현의 등줄기에 땀이 날 정도로 다정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덜덜 떨려오는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콩아. 엄마가 낯선 사람은 멀리하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왜 엄마 말을 듣지 않는 거야?” 강서현은 차재욱의 품에서 콩이를 빼앗으려 했다. 하지만 콩이는 그의 목을 껴안고 놓지 않았다. 콩이는 작은 손으로 차재욱의 입을 가리키며 밥을 먹는 동작을 취하기도 했다. 강서현이 그 뜻을 모를 리 없었다. 차재욱을 저녁 식사에 초대하려는 것이었다. 콩이와 차재욱은 떼어놓을래야 떼어놓을 수가 없는 부녀 사이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또한 강서현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녀는 콩이가 차재욱과 계속 접촉을 이어가면 행여 콩이의 정체가 발각될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면 당시 그녀에게서 차현승을 빼앗았던 것처럼 콩이도 빼앗아가겠지… 하지만 콩이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강서현은 콩이의 뜻대로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강서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한마디 했다. “콩이야. 아저씨가 남의 집에서 식사하는 걸 싫어하니까 아저씨를 곤란하게 하면 안 돼.” 콩이가 무슨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차재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괜찮아.” 말을 마치고, 그는 콩이를 안고 강서현과 이준을 스쳐지나 곧바로 거실로 들어갔다. 그 모습에 강서현은 굳은 표정으로 차재욱의 앞을 가로막았다. “차재욱. 오늘 내가 한 말 이해하지 못한 거야? 내 사생활을 방해하지 말라고 했잖아.” 그러자 차재욱은 담담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난 콩이의 손님의 신분으로 찾아온 거야. 그러니까 네가 반대할 자격은 없어.” “콩이는 아직 어려서 선악을 분별할 줄 몰라. 당장 내 집에서 나가줘. 이곳에 너를 환영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처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이토록 매정하게 거절당한 차재욱은 전혀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눈썹을 살짝 치켜세우며 말했다. “그렇게 잔뜩 긴장해하는 걸 보니, 내가 무슨 비밀을 알아챌까 봐 두려워하고 있는 거야?” 그의 말에 정곡을 찔린 강서현은 잠시 멈칫했다. “차재욱. 우리는 이제 새로운 삶을 살고 있으니까 서로를 존중하는 뜻으로 최소한의 거리두기를 해야하지 않아? 매너있게 행동했으면 좋겠어.” 그 말에 차재욱은 무심코 이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 남편은 그렇게 속이 좁아보이지 않는데? 난 그저 너랑 아이의 교육 문제를 의논하고 싶을 뿐이야. 다른 뜻은 없어. 이 정도도 허락하지 않는다면 남자라고 말하고 다닐 수 없지.” 강서현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자, 이준이 그녀를 제지했다. “괜찮아. 젓가락만 더 꺼내면 돼. 대표님. 누추하지만 자리에 앉으시죠. 전 이만 밥을 뜨러 가겠습니다.” 차재욱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실례하겠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어쩐지 평소보다 다소 나른하게 느껴졌다. 그는 콩이를 안고 식탁에 자리잡고 앉았다. 식탁 위에 차려진 군침이 도는 음식을 보자 순식간에 가슴이 찡해났다. 그는 강서현이 두 손으로 직접 음식을 차린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때도 그녀는 차현승을 이렇게 정성껏 보살폈었다. 어떤 날은 아들에게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 여러 번 실험까지 했었다. 그러다가 차현승이 음식을 깨끗하게 비울때면 차재욱의 목을 껴안고 감격하기도 했었다. “여보, 우리 아들은 정말 착한 것 같아. 그릇을 깨끗이 비웠어.” 당시 강서현의 말 한 마디에 차재욱의 하루 사이의 피로가 확 가시기도 했었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가정의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었었다. 차재욱은 원래 집에 여자만 있으면 가정의 화목함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강서현이 떠난 후부터 그는 그런 따뜻함을 느끼지 못했었다. 그제서야 그는 이런 따뜻함은 오직 강서현만이 그에게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런 생각에 차재욱의 눈빛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그는 어린이용 젓가락을 콩이에게 건네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혼자 먹을 수 있지?” 그 말에 콩이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차재욱에게 젓가락을 떠밀며 그에게 먹여달라고 했다. 그러자 차재욱은 전혀 개의치 않아하며 콩이의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어 콩이에게 먹여주었다. 그를 향해 환히 웃는 콩이의 모습에 차재욱의 심장은 하마터면 녹아내릴 뻔했다. 차재욱은 의기양양하게 턱을 치켜들고 이준을 바라보며 그를 슬쩍 도발했다. “콩이가 저한테 잘해 준다고 설마 질투하는 거 아니죠?” 그 말에 이준은 미소를 지었다. “콩이는 잘생긴 사람을 아주 좋아합니다. 차 대표님의 외모는 제 딸의 취향에 아주 부합합니다. 예전에 제 제자도 이렇게 좋아했었죠.” 차재욱이 원하던 반응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차재욱은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콩이를 더 세심하게 돌볼 따름이었다. 자기 딸이 아내의 전남편과 잘 지내는 걸 보고 화내지 않는 남자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준은 얼굴에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강서현에게 연근을 집어주었다. “많이 먹어. 혈액을 생성하는 데 효과가 좋아.” 강서현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차재욱이 불쑥 한마디 했다. “서현이는 연근을 싫어하는데, 설마 그것도 모르세요?” 그 말에 강서현은 잠시 멈칫하다가 주저 없이 연근을 입에 넣었다. 그러더니 미소를 지으며 이준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달면서도 살짝 신 맛도 나는 것이 아주 맛있어.” 그러자 이준은 강서현에게 연근을 몇 조각 더 집어 주었다. “많이 먹어. 네가 가장 좋아하는 거잖아.” 강서현이 평소 좋아하지 않던 음식을 한입에 먹어치우는 것을 보고 차재욱은 눈살을 찌푸렸다. “강서현. 내 앞에서 두 사람의 사랑을 과시하려고 일부로 싫어하는 음식을 먹을 필요는 없어. 누군가의 취향에 맞추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해.” 그 말에 강서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예전에는 양보했지만 지금은 안 그래.” 강서현의 한 마디에 차재욱은 잠시 주춤했다. 사실, 차재욱이 연근을 즐겨 먹지 않아 그동안 그들의 식탁에 연근이 한번도 나온 적이 없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줄곧 강서현이 연근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알고보니 강서현이 연근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차재욱의 입맛에 맞춰준 것이었다. 이런 생각에 차재욱은 코끝이 시큰거렸다. 강서현은 그동안 그를 위해 얼마나 많은 진실을 숨겼던 것일까? 그를 얼마나 사랑하면, 자신을 이토록 가혹하게 대한 것일까? 강서현은 차재욱을 위해 이토록 많은 것을 희생했지만, 그는 오히려 그녀를 가장 아프게 했었다. 차재욱은 착잡한 마음에 입술을 오므리고 콩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다가 평소보다 다소 쉰듯한 목소리로 한마디했다. “네 딸의 병은 내가 제일 좋은 의사를 찾아 치료해 줄게. 꼭 다른 아이들처럼 너를 엄마라고 부르도록 만들어 줄거야.” 이 말에 강서현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호의는 고맙지만, 우리는 그저 평범한 학부모와 선생님 사이일 뿐이니 번거롭게 그럴 필요는 없어. 게다가 내 남편이 이 방면의 전문가이니 그가 콩이를 잘 치료해 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 “만약 정말 그렇다면 진작에 치료했겠지. 콩이는 세 살이 되었는데도 아직도 말을 잘 못하잖아. 강서현. 현승이 때문이 아니라, 콩이를 위해서 한번 잘 생각해야 해.” 강서현은 그런 차재욱을 차갑게 바라보았다. “만약 이 일 때문에 찾아온 거면 이만 가도록 해. 난 네 호의 따위는 필요없어.” 그녀는 일어서서 콩이를 품에 안았다. 그러더니 차재욱에게 이만 떠나라는 손짓을 했다. 하지만 차재욱은 강서현은 그저 빤히 바라보고만 있을 뿐, 조금도 떠나려는 마음이 없어보였다. “강서현, 넌 줄곧 나랑 현승이가 너한테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배척하고 있는데, 도대체 뭐가 그렇게 두려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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