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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화

이미 예상한 결과라 유소정은 실망하지 않았다. 그가 도와주지 않는다고 해도 다른 방법이 있으니까. 주익현 쪽도 통하지 않으면 그녀는 회의실 문 앞에서 기다릴 생각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멀리서 한 번은 볼 수 있지 않을까? 유소정은 마음을 먹은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병실을 나갔다. 여민석은 눈을 감고 말이 없었지만 계속 귀를 쫑긋 세우고 기척을 듣는 중이었다. 유소정이 한 번만 다시 부탁을 해온다면 그도 넓은 아량을 베풀어 기회를 줄 생각이었다. “달칵.” 방문이 가볍게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민석은 바로 눈을 떴다. 병실 안에 그 혼자만 남게 되었다는 걸 알아차리자 눈빛이 바로 서늘해졌다. 또 그를 고슴도치 처지로 만들어 놓고 혼자 가버린 것이었다. 화가 오른 여민석은 벌떡 일어났다. 너무 힘을 준 탓에 넘어질 뻔했다. “저렇게 자존심 부려서 무슨 부탁을 한다고 그러지? 세상 물정 모르는 공주님 납셨네!” 여민석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한편. 곽미정은 여진화와 백은서와 함께 쇼핑을 하고 있었다. 세 여자는 쇼핑몰 안의 대부분 매장들을 다 둘러보고 꽤 많은 물건들을 산 뒤에 커피숍으로 향했다. “형수님, 저 도와준다 하셨잖아요. 근데 그냥 쇼핑하는 게 다예요?” 여진화는 풀이 죽어있었다. 그녀는 지금 아무 의욕이 없었다. 오직 구정혁이 자신의 눈앞에 나타나길 바랄 뿐이었다. 곽미정은 타이르듯 그녀의 손등을 다독였다. “진화야, 기운 내야지. 이렇게 기가 죽은 모습 좋아할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걸?” 곽미정이 무슨 말을 하든 여진화는 여전히 테이블 위에 엎으려 일어날 생각을 안 했다. 백은서는 곽미정과 눈빛을 주고받은 뒤 웃으며 말했다. “어머니, 남녀문제는 당사자들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니까요. 방관자인 저희는 작은 고모한테 직접적인 도움이 되진 못할 것 같아요.” “그럼 어쩌지? 은서야, 오늘 널 부른 건 네 작은 고모 좀 도와줬으면 해서였는데.” 곽미정은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 전에도 몇 번이나 백은서한테 기회를 줬지만 번번이 실망을 시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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